“인간은 ‘우리가 무엇 때문에 여기에 있고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인가’라는 질문의 답을 끊임없이 찾고자 한다. 구석기 문화는 이러한 궁금증을 해소하는 데 답을 준다.”
충남 공주시 석장리 일원에서 열린 ‘석장리 세계구석기 축제’에 참석한 앙리 드 륌리 프랑스 국립자연사박물관 명예교수 겸 프랑스 고인류연구소 이사장(80·사진)은 16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구석기 연구가 현대를 사는 우리에게 유용한 이유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석장리 구석기 축제에 초청받아 내한한 그는 1963년 이후 프랑스의 발로네, 아라고 동굴유적 등 수많은 선사 유적을 발굴하고 여기서 나온 유적을 소장한 박물관을 건립한 세계적인 선사학자다.
그는 “구석기학은 과거에는 석기의 형태를 중심으로 연구가 진행됐지만 현재는 석기가 쓰인 흔적을 밝혀 선사시대 사람들의 행동과 생활 방식을 복원해 내고 있다. 이런 연구에는 지질학과 퇴적학, 꽃가루연구 등 다양한 학문과 분야를 통한 융합연구가 적용되고 있다”고 최근의 연구 동향을 소개했다.
13∼16일 ‘구석기의 빛과 소리’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축제는 석장리 구석기 유적 발굴 5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동아일보 1964년 11월 18일자에 ‘공주군하(公州郡下)에서 석기시대의 유물’이라는 제목의 기사가 실리면서 ‘한국에는 구석기가 없다’는 그동안의 학계 통설은 더이상 설자리가 없게 됐다. 오시덕 공주시장은 “그 이후 석장리는 한국 구석기의 발상지로 교과서에 등장했다”며 “앞으로 백제문화제와 함께 구석기 축제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석장리 유적이 발견되기 전에는, 선사시대 사람들이 아주 오래전부터 극동아시아까지 진출했었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산성 토양 때문에 아쉽게도 이 유적에서 뼈는 발견되지 않았지만 출토 석기의 특징으로 볼 때 양면석기를 가진 직립 인간들이 오래전에 한국에 도달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는 “석장리 유적을 발굴하고 연구한 고 손보기 교수의 직접적인 안내를 받아 석장리를 처음 알게 된 이후 많은 관심을 가지게 됐고 축제 초대에도 흔쾌히 응했다”고 말했다.
륌리 교수는 “축제에서 불꽃놀이도 아름다웠지만 인간이 네 발에서 차츰 두 발로 걷게 되는 과정을 보여준 연극이 아주 훌륭했다. 축제는 조직적이고 체험적이었으며 특히 청소년들이 축제를 많이 찾아 한국 고고학계의 미래가 무척 밝아 보였다”며 “어린이들이 구석기 시대를 사랑하고 호기심을 갖는 사람으로 자라게 하는 것이 구석기 문화를 가장 잘 활용하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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