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박근혜 대통령이 10년 전 대구를 찾아 대학을 방문할 계획이 있었다면 경북대를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당시에는 ‘대구 경북을 대표하는 국립대’라는 상징성이 있고 지역에서도 이를 인정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15일 창조경제혁신센터 출범 행사에 맞춰 대구를 찾은 박근혜 대통령은 영진전문대를 방문했다. 박 대통령은 30분가량 머물면서 “모범적인 직업교육을 하는 대학으로 알고 있어 꼭 와보고 싶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을 비롯해 교육부 미래창조과학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대구시장이 경북대를 지나 인접한 영진전문대를 방문한 모습은 지금 대학의 현실을 잘 보여준다.
영진전문대가 1977년 경북대 옆 복현골에 복숭아 과수원을 밀어내고 영진공업전문대로 개교했을 때 아무런 주목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37년이 지난 지금은 대통령이 ‘꼭 와보고 싶은’ 대학으로 성장했다. 20년 전 국내 처음으로 기업맞춤형 주문식 교육을 도입하고 기업 현장 경험이 풍부한 교수를 대거 채용하면서 절박하게 노력한 대가이다. 영진전문대뿐 아니라 영남이공대 대구보건대 구미대 등 대구 경북지역 몇몇 전문대는 137개 전문대 가운데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세상이 이렇게 바뀌는 동안 경북대는 ‘명문 국립대’라는 낡은 인식에 갇혀 변화와 노력에 둔감했는지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는 게 안팎의 중론이다. 최근 교육부의 취업률 발표에서 경북대는 처음 40%대로 주저앉았다. 취업률의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하더라도 40%대는 심각한 문제이다. 대구 경북 주요 4년제 대학 가운데 꼴찌다. 대졸자 채용 기준이 출신 대학 중심에서 인성과 경험을 중시하는 흐름으로 바뀌는 현실이 반영됐을 것이다. 지난달 임기가 끝났는데도 아직 새 총장을 선출하지 못하고 갈등만 빚는 경북대의 현실은 우연이 아니다.
서울의 유명 대학들도 학생들이 입학을 외면하는 학과는 과감하게 없애고 수요가 있는 학과를 신설하는 등 경쟁력 높이기에 긴장을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대구 경북의 46개 대학은 몇몇 대학을 제외하고는 ‘적막강산’이다. “지방대가 어렵다. 정부가 지방대 살리기에 나서야 한다”는 판에 박힌 주장만 내세우기 일쑤다. 198개 4년제 대학 중 최고 수준을 보이는 지역 4년제 대학이 거의 없는 현실은 정직한 것이다.
수도권대와 지방대, 국립대와 사립대, 4년제 종합대와 2년제 전문대 같은 구분은 벌써 낡은 구도가 됐다. 대통령의 전문대 방문, 지역 일부 전문대의 도약, 경북대의 추락 등은 대학을 둘러싼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명확히 증명한다. 그런데도 경북대를 선두로 대다수 지역대학들은 이런 현실에 둔감한 채 좁은 동네에 갇혀 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