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육청 “스포츠 강사비 감축”… 일선학교 “계약 다 마쳤는데 황당”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8일 03시 00분


중학교에 “예산 없어 60%만 지급”… 반발 크자 “초등교 몫 빼서 주겠다”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는 서울시교육청이 정작 본업인 교육행정은 소홀히 해 학교 현장의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달 29일 관할 각 중학교에 “학교스포츠클럽강사비 예산을 확보하기 어려워 2학기부터는 신청액(47억 원)의 60% 수준(28억 원)만 지급하겠다”고 통보했다. 또 부족한 강사비는 학교 자체 예산으로 편성하거나, 강사 대신 교사가 직접 가르치는 등 학교 여건에 따라 시행하도록 했다.

문제는 서울시교육청의 예산 삭감이 일선 중학교에서 이미 2학기 수업시간을 편성하고 강사와 계약을 맺은 후에 통보됐다는 점. 서울 강남구의 한 중학교 교장은 “시간당 3만 원인 강사비는 유지하라면서도 예산은 지원할 수 없다고 하니 재정이 부족한 학교는 사실상 강사를 해고하라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느냐”며 “이미 스포츠 강사들과 2학기 계약을 다 마친 상황인데 개학 후 2주나 지나서 공문이 내려와 황당했다”고 말했다.

반발이 심해지자 시교육청은 부랴부랴 의무가 아닌 초등학교와 고등학교의 스포츠 강사비를 줄여 예산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일선 중학교에서 계약 해지 움직임이 보이자 5일 “추가 예산을 확보하는 과정이니 스포츠 강사와 계약을 해지하지 말라”는 공문을 보냈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장은 “무슨 교육행정이 조변석개로 이랬다 저랬다 하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라며 “초등학교와 고등학교 지원비를 빼서 중학교로 돌린다는 것은 ‘아랫돌 빼서 윗돌 괴기’ 식 행정 아니냐”고 지적했다.

임현석 기자 lhs@donga.com
#서울시교육청#스포츠 강사비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