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경기]“송도관광단지 개발위해 4년간 市에 끌려다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19일 03시 00분


인천도시관광 관계자 심경토로
“송영길 前시장 측근이 인사압박… 또 다른 측근은 해임 요구해 갈등… 시키는대로 했지만 사업 진척없어”

“사업을 성사시키기 위해 4년간 뛰어다니며 송영길 전 인천시장 측근들이 요구하는 모든 것을 따랐습니다. 그런데 얻은 것이라곤 ‘회사 빚’과 ‘화병’뿐입니다.”

인천 송도관광단지 4블록(옛 송도유원지 해수욕장 일대)의 대토지주인 인천도시관광(이하 도시관광)의 간부 A 씨는 18일 그간의 고통을 이렇게 토로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도시관광의 사장 채용. 송 전 시장의 비서실장 출신인 김효석 씨(52·뇌물수수 구속)는 도시관광에 유종설 씨(64)를 사장으로 채용할 것을 요구했다. 한국노총 간부 출신인 유 씨는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송 전 시장의 선거를 도운 것으로 알려진 인물. 도시관광은 김 전 비서실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유 씨를 2012년 6월 1일 사장에 선임했다.

그러나 도시관광의 사업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송 전 시장의 또 다른 측근인 민경석 도시공사 관광사업본부장이 온갖 핑계를 들어 사업 협의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그 후 도시관광은 1년여 동안 끊임없이 사업 협의를 요구했지만 민 본부장은 “유 사장을 해임시키면 2개월 뒤 사업 협의를 해주겠다”고 했다. “송 전 시장 측근이 사장으로 재직하는 도시관광에 사업 협의를 해줄 경우 ‘특혜 시비’가 생길 수 있으니 해임시키라”고 요구한 것이다.

도시관광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 잘하는 유 사장을 2013년 7월 해임시켜야 했다. 그러나 사업 협의는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은 채 내달 9일 인천 송도관광단지 사업 실효(失效)를 앞두고 있다.

도시관광은 9월 초 이대로 사업을 포기할 수 없다는 생각에 도시공사에 슈프라머 호텔 설치(4블록)를 위한 사업시행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이 역시 “인천시에 건의해 보겠다”는 소극적인 자세로 시간만 보내고 있다.

도시공사의 민 본부장은 “4블록 사업 협의를 해줘 착공하면 송도관광단지 전체가 착공한 것으로 간주돼 관광단지가 아닌 도시개발 방식을 원하는 1∼5블록 토지주의 땅을 공사가 보상해 줘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도시관광은 “사업을 진행하면서 발생하는 개발이익금을 통해 얼마든지 사업을 단계별로 추진할 수 있다. 따라서 민 본부장의 주장은 궤변”이라고 반박했다.

차준호 기자 run-juno@donga.com
#송도관광단지#송영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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