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도 마음도 파김치” 다른 임시매장 50일새 3곳 전전
“월급 받기도 민망해” 오픈 기다리다 지쳐 하나둘 퇴사
의류·잡화 브랜드 판매사원인 최애경 씨(47·여·경기 고양시)는 최근 50일 사이에 세 번이나 근무 장소를 옮겼다. 8월 초부터 약 20일 동안은 서울 성북구의 한 백화점으로, 8월 말부터 추석까지는 서울 마포구의 한 장터로 출근했다. 지금은 서울 강동구의 백화점으로 일을 나간다.
최 씨가 이곳저곳을 전전하게 된 것은 올 5월부터였다. 회사의 말대로라면 제2롯데월드에 200m²(약 60평) 크기의 새 매장이 들어서 운영이 시작됐어야 했다. 하지만 개장은 여러 차례 미뤄졌고 최 씨는 떠돌이 신세가 됐다.
최 씨는 “출퇴근 시간도 일정치 않고 여러 곳을 전전하려니 너무 피곤해 이달 초에는 회사를 그만두려고 했다”며 “이제 젊은 나이도 아니라 정말 힘들다”고 말했다.
제2롯데월드(서울 송파구 올림픽로) 저층부 3개동에 대한 임시 사용 승인이 지연되면서, 이곳에서 근무할 예정이었던 직원들이 애꿎은 피해를 보고 있다. 당초 롯데그룹은 저층부 3개동이 개장하면 약 6000개의 일자리가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대부분의 입점 업체들은 5월 입점을 염두에 두고 판매사원을 고용했다. 하지만 오픈 일정이 계속 연기되면서 이 직원들은 갈 곳을 잃었다.
J사는 저층부 3개동 중 하나인 롯데월드몰에 국내 1호 점포를 열기로 한 외국계 제조유통일괄형 의류(SPA) 업체다. J사 매장에서 일하기로 했던 20, 30대 여직원 30명 중 10여 명은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됐다. 이들은 3, 4월에 입사했지만 오픈 일자가 계속 미뤄지면서 하나둘씩 회사를 떠났다.
회사에서는 일부 직원을 임시 매장에 파견하고 하는 일이 없어도 한두 달은 월급을 정상 지급하는 등의 노력을 했다. 하지만 무리였다. 이 업체 대표는 “직원들이 ‘월급 받기도 민망하다’거나 ‘기약 없는 오픈 일자에 경력을 망치기 싫다’며 회사를 떠났다”고 말했다. 회사는 20억 원에 달하는 봄여름 상품을 팔지 못해 재정적인 어려움에 처한 상황이다.
이 업체처럼 국내에 다른 매장이 없는 신규 진출 브랜드들은 이미 고용한 직원을 해고할 수도, 다른 곳에 파견할 수도 없어 골머리를 앓고 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입점하기로 한 점포 중 40여 곳이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비단 입점 업체들만 겪고 있는 게 아니다. 제2롯데월드에서 일하기로 했던 중국어 통역 요원 40여 명은 잠실점 등 다른 점포에서 임시로 근무하고 있다.
제2롯데월드의 임시 사용 승인 여부는 다음 달이 되어야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박원순 서울시장의 미국 출장이 9월 말에야 끝나는 만큼 그 후에 정무적 판단을 거쳐 승인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서울시는 안전, 방재, 교통 분야의 점검 결과와 시민 설문조사 내용(프리오픈 기간 중 방문한 약 2만4000명을 대상으로 진행)을 바탕으로 이르면 다음 주 안에 전문가 회의를 열 계획이다. 한편 롯데그룹은 안전점검 등에서 긍정적 결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건물의 안전성에 문제가 없고, 그동안 많은 노력을 했기 때문에 점검과 설문 결과에 어느 정도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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