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야식 시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지만 최근에는 야식에 대한 비판, 특히 높은 열량과 가격에 대한 지적이 많다. 업주들은 시장 포화와 높은 배달 수수료 때문에 죽을 맛이라고 목청을 높인다.
치킨 한 마리 열량=성인 남성 하루 권장 섭취량
대학원생 서모 씨(27)는 두 달 전 야식을 끊었다. 새벽까지 연구를 하면서 일주일에 서너 차례 치킨과 피자, 떡볶이 같은 것을 먹다 보니 몸무게가 10kg 넘게 불었기 때문이다. 야식을 먹은 후에는 자려고 누워도 잠이 잘 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난 후에는 포만감 때문에 식사를 할 수 없었다. 생활리듬이 완전히 깨진 것이었다.
박성훈 이대목동병원 내과학 교수는 “야식 메뉴의 대부분은 기름에 튀기거나 구운 것들로 칼로리가 비교적 높은 편”이라며 “이런 식품을 먹고 열량 소모가 안 된 상태로 잠을 자면 비만과 각종 성인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지적했다.
대표적 야식 메뉴인 프라이드치킨 한 마리의 열량은 대략 2000Cal. 이는 성인 남성의 하루 권장량(2000∼2200Cal)에 해당한다. 그러나 교촌, 네네, 페리카나, 굽네 등 국내 대표 치킨 브랜드의 홈페이지에는 열량 표시가 돼 있지 않다.
피자 한 판 값 4만 원 육박
라면이나 과자를 제외하면 현재 1만 원짜리 지폐 한 장으로 야식을 사 먹기는 쉽지 않다. 특히 치킨과 피자는 신제품 가격이 계속 인상돼 왔다.
최근 치킨 브랜드들이 내놓은 신제품 가격(한 마리 기준)은 1만8000∼1만9000원으로 거의 2만 원 수준이다. 피자 라지 사이즈 한 판 값은 3만5000∼3만7000원으로 4만 원에 육박한다.
최근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한 치킨 브랜드의 가격 인상을 두고 “원재료 가격은 떨어졌는데 가격을 올리는 것은 납득할 수 없다”며 비판했다. 이 치킨 브랜드는 “가맹점 운영비와 마케팅 비용이 올라서…”라며 제품 가격을 올렸다.
아이러니하게도 상당수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은 가격 인상에도 불구하고 한숨을 쉬고 있다. 국내의 치킨 전문점은 사실상 포화 상태이기 때문이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원이 지난해 발표한 ‘국내 치킨 비즈니스 현황 분석’에 따르면 2002년 말 9000개이던 프랜차이즈 치킨 전문점은 2011년 말 2만5000개로 3배 가까이로 늘었다. 하지만 이 기간에 휴업 또는 폐업한 점포는 무려 5만 개나 됐다.
‘배달 앱’ 전성시대의 그늘
현재 야식업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스마트폰용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응용프로그램)’의 유행이다. 앱을 내려받으면 일일이 전화를 걸지 않아도 스마트폰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주문할 수 있다. 대표 서비스 업체인 ‘배달의 민족’의 경우 18일 기준으로 가입자가 1300만 명, 등록 외식업체는 14만 개가 넘는다. 업주들은 음식 가격의 5.5∼9%를 ‘배달의 민족’에 낸다.
‘배달의 민족’ 관계자는 “(배달 앱은) 전단 제작 등에 드는 광고비용을 줄일 수 있어 자영업자들에게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치킨전문점 업주는 “동네 경쟁업체들이 너도나도 앱을 이용하고 있어 어쩔 수 없이 우리도 회원 등록을 할 수밖에 없고 여러 곳을 이용하다 보니 수수료 부담이 적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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