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선에서 자립으로… 따뜻한 한국기업들 세계를 일으켜 세운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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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공헌 Together]글로벌화 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의미하는 단어다. 때로 기업의 사회공헌활동과 같은 의미로 쓰이기도 한다.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수행하는 방안은 다양하다. 사회공헌활동은 책임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진화하는 중이다.

진화하는 기업의 사회공헌

사회가치평가 전략컨설팅사 미션 메저먼트의 설립자인 제이슨 사울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 비즈니스 스쿨 교수는 저서 ‘CSR 3.0’에서 CSR의 단계를 3가지로 요약했다. CSR는 전통적으로 자선과 기부를 중심으로 하는 CSR 1.0에서 출발해 전략적인 자선 활동, 즉 환경 보호, 공정 무역을 논하는 사회공헌경영, 즉 CSR 2.0시대로 접어들었다. 사울 교수는 이에 그치지 않고 사회문제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아내는 기업사회혁신(CSR 3.0)을 강조하기도 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은 성장의 걸림돌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라는 분석이다.

실제로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사회 문제를 바라보면서, 이를 기업의 사업 기회와 연결시키는 노력도 병행하고 있다. 미국의 문구용품 기업인 오피스맥스(OfficeMax)는 미국 교육 환경의 한 단면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에서 교육비 지원이 줄어들면서 학교는 수업에 필요한 문구류를 학부모들로부터 기부 받거나, 기부금이 모자라면 교사가 자비로 문구류를 사서 수업을 진행하는 일이 잦아졌다.

오피스맥스는 ‘교실 입양하기(Adopt-a-Classroom)’라는 비정부기구(NGO)와 연계해 기부자(오피스맥스의 임직원과 협력업체를 포함한다)와 학교 교실을 연결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기부 물품 패키지에는 쿠폰 교환권을 넣어 추가 매출을 유도했다. 이 프로그램이 성공을 거두고 좋은 평들이 이어지면서 오피스맥스는 자연스럽게 학교의 공공 입찰 계약을 늘려 나갔다. 변화하는 사회공헌의 트렌드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새로운 글로벌 트렌드에 주목해야

같은 맥락에서 글로벌 기업들이 보여주고 있는 새로운 사회공헌 트렌드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는 지난해 발간한 ‘진화하는 글로벌 기업의 사회공헌’ 보고서에서 최근 사회공헌의 트렌드 6가지를 제시했다. 일부는 사울 교수의 주장과 맥이 닿는다.

이를 요약하면 △자선에서 자립으로(일시적인 금전적 지원이 아니라 지역사회 취약계층이 지속적으로 소득을 창출하도록 지원) △생존에서 생활로(사회복지사업 중심의 활동에서 벗어나 생활을 질적으로 변화시키는 창의, 예술 지원) △영리한 영리(榮利)추구(사회공헌을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로 연결) △혼자에서 함께로(정부·학교·국제기구와 함께 사회 혁신 도모) △아웃풋(Output)에서 아웃컴(Outcome)으로(사회공헌 투입 비용, 인력, 실적 위주의 평가에서 지역사회에 의미 있는 성과 달성 여부로 평가) △브릭(Brick)에서 클릭(Click)으로(웹사이트나 소셜미디어를 활용한 사회공헌 활동의 대내외 커뮤니케이션 강화) 등이다.

글로벌 건설사인 스웨덴 ‘스칸스카’는 브라질 아마존 강 유역에서 직업학교를 운영 중이다. 브라질 소수민족이나 여성이 세운 중소 규모 건설회사의 역량을 높이기 위해 이 회사 전문가들이 지원해주고 있다. 스칸스카는 아마존 강에서 파이프라인 건설공사를 벌이고 있다. 이런 사회공헌활동을 통해 외국 기업에 대한 현지의 반감을 줄이고 사회 발전 기반을 구축해 비즈니스와 연계하는 기회를 만들고 있다.

사회공헌과 사업 기회가 한자리에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도 이런 트렌드를 따르며 명분과 효율의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즐거운 동행’ 프로그램이 좋은 사례다. 지방 중소 식품 기업이 제품을 개발하고 생산하면 CJ제일제당이 기술 지원, 품질 관리, 유통 대행, 마케팅, 판로 개척 등을 도와주는 프로그램이다. 중소기업에는 유통망 확보, CJ제일제당에는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효과가 있는 상생형 사회공헌 프로그램이다. 지역 일자리 창출에 미치는 영향도 긍정적이다.

SK이노베이션이 2011년 설립한 사회적 기업 ‘행복한 농원’은 저소득층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하는 원예 사업 기업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행복한 농원은 꽃과 나무를 재배해 판매하고 실내 조경관리, 꽃배달 서비스 등을 주업으로 하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농원을 현장 체험 학습의 장으로 활용하거나 원예치료법을 개발하는 등 새로운 사업 모델도 만들어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질적인 혜택 받도록 ‘자선’ 대신 ‘자립’


취약계층에 대해 직접적인 금전 지원을 하는 대신 자립을 유도하는 사회공헌 활동도 활발하다.

신세계는 저소득층 어린이들을 위한 맞춤형 놀이문화공간인 ‘희망 장난감 도서관’을 건립하고 있다. ‘기업이 지역사회와 함께 어린이 교육을 책임지는 전국적인 보육, 육아 안전망 구축’을 모토로 7세 미만의 어린이들에게 장난감을 대여하고 학부모들에게는 육아상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자녀 양육과 지역의 네트워크 확대에 큰 도움이 될 공동육아나눔터를 접목해 저소득층 젊은 부부의 고민 해결을 돕고 있다.

현대자동차의 ‘함께 움직이는 세상 공모사업’은 복지 단체를 지원해 소외 계층에 실질적인 혜택을 주는 프로그램이다. 예산이나 인력 부족으로 복지사업을 펼치는 데 어려움을 겪는 단체를 지원해 실질적이고 창의적인 복지 사업 발굴을 유도한다는 취지다.

포스코는 소외 계층의 안정적인 일자리 확보를 위해 ‘희망일자리 창출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포스코는 포스코휴먼스를 비롯해 포스플레이트, 송도에스이 등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는 한편 ‘1사 1사회적기업 지원’ 활동을 통해 포스코그룹 차원에서 사회적 기업 제품과 용역 우선 구매를 유도하고 있다. 포스코 관계자는 “포항과 광양에서 지역 홀몸노인을 위한 간병인 지원사업을 펼쳐 취약계층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사회공헌도 활발

‘따뜻한 한국기업’은 국내 뿐 아니라 세계를 무대로도 활동하고 있다. 두산인프라코어는 2001년부터 중국에 꾸준히 ‘희망소학교’를 건설하고 있다. 교육 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국의 낙후지역에 학교를 설립하는 ‘희망공정’ 프로젝트의 하나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지역 대리점주가 이 학교의 명예 교장을 맡아 적극적인 후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 방학기간 중에는 우수 학생과 교사를 베이징과 옌타이 공장으로 초청해 견문을 넓힐 기회를 제공하는 ‘두산 희망기행 여름캠프’도 병행하고 있다.

롯데호텔이 펼치고 있는 중국 내몽골 쿠부치 사막의 사막화 방지 조림사업은 글로벌 환경을 생각하는 사회공헌활동이다. 사단법인 ‘미래숲’과 함께 벌이는 ‘띵크 네이처(Think Nature)’ 캠페인이다. 쿠부치 사막은 한국에서 가장 가까운 사막이면서 황사의 주요 발생지 중 하나이기도 하다. 3월에는 임직원들이 직접 쿠부치 사막을 방문해 방풍림 조성 활동을 했다.

한화그룹도 중국과 몽골에서 태양광 발전시설을 활용한 사막화 방지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2012년 몽골 셀렝게 주 토진나르스 자연보호구역에 23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한화 태양의 숲 1호’을 조성한 데 이어 2013년 9월에는 중국 닝샤자치구 링우시 바이탄 자연보호구 내에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어 ‘한화 태양의 숲 2호’를 만들었다. 한화그룹은 태양광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기로 양묘장을 운영해 여기서 키운 묘목을 조림에 활용하고 있다.

주성원 기자 s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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