年18명 입학가능한데 약자배려 미흡
2006, 2007학년도엔 선발 ‘0’명… 최근 3년 80명 뽑은 한국외대와 대조
학교측 “南학생 비해 학력격차 커… 탈북학생 역량 키울 프로그램 개발”
북한 출신 청소년들의 대학 입학을 배려하기 위해 마련된 서울대의 ‘새터민전형’이 사실상 유명무실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서울대 입학본부의 ‘2005∼2014학년도 북한이탈주민전형(새터민전형) 선발현황’에 따르면 이 전형이 처음 실시된 2005년 이후 10년간 서울대에 입학한 탈북 학생은 19명에 불과했다. 1년에 2명도 채 선발하지 않은 것이다.
서울대가 저소득 가구,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 배려 차원에서 마련한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 중 하나인 새터민전형은 학부 정원에 구애 받지 않는 ‘정원 외 선발’ 방식으로 운영되며 최대 18명을 선발할 수 있다. 특히 제도 초반부터 최저 수능등급 기준이 적용되지 않아서 명목상으론 북한 출신 청소년의 입학에 용이한 제도로 여겨졌다. 하지만 정작 선발된 탈북 학생 수는 매우 적었다. 서울대는 2006, 2007학년도에는 연속으로 단 1명도 뽑지 않았고 10년간 가장 많은 인원인 24명이 지원한 2009학년도에도 선발 인원은 불과 3명(12.5%)에 그쳤다.
최근 3년간(2012∼2014학년도) 서울대는 탈북 학생 7명만을 선발해 80명을 선발한 한국외국어대와 대조를 이뤘다. 같은 시기 서울대보다 적은 인원을 선발한 서울시내 주요 대학은 성균관대(5명)와 단 1명도 안 뽑은 연세대, 경희대밖에 없었다. 서울대 측은 “탈북 학생과 국내 학생들의 학력격차가 워낙 커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대는 탈북 학생 특별전형이 있는 국내 대학 중 유일하게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제출을 요구한다. 이 학교 입학본부 관계자는 “규정상으로는 최저 수능등급 기준이 적용되지 않지만 적어도 전 과목(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영역) 수능 점수가 4등급은 되어야 한다는 내부 커트라인이 존재한다”며 “이 기준에 못 미친 학생들이 모두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서울대가 대표적인 국립대학으로서 ‘사회적 약자 배려’라는 책무를 다하지 않는다는 비판이 뒤따른다. ‘적극적 조치(Affirmative action)’라는 명목으로 소수인종, 장애인 등 소수계층 학생을 적극적으로 선발해 학교가 이들의 역량 강화를 전담하는 미국의 주요 대학들의 태도와 대조된다는 것이다.
현재 서울대에 다니는 탈북 학생 A 씨는 “북한 출신은 남쪽 학생에 비해 국어 영어에는 특히 뒤처질 수밖에 없지만 학교 측이 따로 신경써준 것이 하나도 없었다”면서 “당장 보이는 학력보다는 잠재력을 보고 탈북 학생을 선발하고 장기적인 안목으로 재교육해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서울대 역시 새터민전형이 지금껏 유명무실했다는 점을 인정하고 제도 보완에 나설 방침이다. 권오현 입학본부장은 “서울대가 나서 발전 가능성 높은 탈북 학생들을 길러내고 향후 통일 시대에 대비해야 한다는 외부의 비판에 동의한다”며 “9월 말부터 교육부 통일부 등 유관 기관 관계자들의 조언을 청취한 뒤 탈북 학생들의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는 특별학습 프로그램을 올해 안에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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