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말 경 인터넷 채팅 사이트에서 '신촌에서 술 마시자'는 채팅방에 접속한 후 약속한 술집으로 나간 정신지체 2급 오모 씨(32). 화기애애할 줄 알았던 술자리는 공포스러웠다. 주최자 김모 씨(34)는 종업원에 소리를 지르거나 "사람을 때려봤다"며 오 씨를 향해 웃어 보였다. 김 씨는 술자리에서 진행되는 게임 참가비와 벌금 명목으로 한 번에 5~10만 원, 총 70만 원을 오 씨에게 요구했다. 합석했던 김모 씨(25·여)에 대한 '노예팅'(마음에 드는 이성에게 높을 돈을 제시한 사람들에게 연결해주는 게임) 비용도 40만 원까지 올라갔다. 오 씨는 하는 수 없이 현금인출기에서 10만 원 씩 총 110만 원을 인출했다.
알고보니 술자리에 있던 이들은 한 패였다. 주최자 김 씨와 보조요원 김모 씨(27)는 피해자의 재력을 확인하고 도망치지 못하게 감시했다. 바람잡이 강모 씨(28)는 노예팅 낙찰금을 계속 올렸고, 피해자에게 호감을 보이며 유혹하던 여성도 김 씨에게 고용된 상태였다. 김 씨 일당은 합숙까지 하며 호흡을 맞춰왔다. 이들의 범죄는 정신지체 아들이 수 차례 돈을 인출한 것을 이상하게 여긴 모친의 신고로 들통났다.
서울 서대문경찰서는 금품을 갈취한 혐의(공동공갈)로 보조요원 김 씨를 구속하고, 나머지 3명은 불구속 입건했다고 23일 밝혔다. 경찰은 주최자 김 씨가 수년 간 노예팅을 주선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추가 피해사례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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