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만원이면 주민등록등·초본-혼인증명서 완벽 위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3일 15시 31분


'신분증 위조.'

올해 초, 결혼을 앞둔 이모 씨(34·여)는 포털사이트에 이런 문구를 입력했다.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할 수 있다는 사람의 휴대전화번호와 이메일 주소가 떴다. 이 씨는 조심스레 전화를 걸어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혼인관계증명서를 위조해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상대방은 600만 원을 요구했다. 이 씨는 순순히 금액을 입금했다. 얼마 후 서류가 도착했다.

이 씨는 몇 년 전 결혼을 했다가 이혼한 전력이 있었다. 새로운 만남을 시작했지만, 애인에겐 이혼사실을 숨겼다. 그는 위조문서를 전달받은 뒤 올해 3월 웨딩마치를 올렸다.

하지만 네 달 뒤, 경찰로부터 갑작스레 연락이 왔다. 경찰은 공·사문서 위조 관련 계좌를 압수수색하다가 이 씨의 입금 내역을 발견했다. 이 씨는 경찰에 "이혼경력을 신랑이 모르게 하고 싶어서 의뢰했다"며 "신랑에게 서류를 실제로 보여주진 않았다"고 진술했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죄범죄수사대는 이 씨처럼 각종 공·사문서를 위조한 피의자 26명을 검거하고 1명을 구속했다고 23일 밝혔다. 이들은 인터넷을 통해 중국에 있는 위조책에게 문서 위조를 의뢰하고 50만~600만 원을 입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심모 씨(48)는 야구 동호회 시합을 앞두고 출전자격에 맞지 않는 선수를 내보내기 위해,유흥업소 종업원 황모 씨(46·여)는 실제 나이보다 10살 어려보이는 행세를 하기 위해 주민등록증 위조를 의뢰했다. 중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박모 씨(28)는 현지에 졸업증명서와 성적증명서를 떼러 가기 번거로워서 위조를 의뢰했다. 김모 씨(40)는 위조된 면허증으로 차량을 렌트한 뒤 대포차량으로 되팔아 돈을 벌 목적으로 위조를 의뢰한 혐의로 구속됐다.

경찰은 중국에 있는 위조 총책 김모 씨(50) 등 2명을 지명수배했다고 밝혔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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