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와 북구지역 아파트 여러 곳에 '특정 표시'가 된 빈집털이 사건이 잇따라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25일 대구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달 중순경부터 최근까지 달서구 장산로의 아파트 3곳과 북구 구암로 아파트 1곳이 연이어 털렸다. 도둑은 안방 등에 뒀던 현금과 귀금속 등 2000여만 원을 훔쳐갔다. 피해를 입은 집들의 공통점은 출입문 등에 미국 달러와 비슷한 모양의 '$' 표시가 있는 것이다. 잘 지워지지 않는 유성 펜으로 새끼손가락 손톱의 절반 크기로 작게 표시됐다. 집주인의 시선이 닿지 않는 출입문 손잡이나 초인종 귀퉁이에 그려져 있다. 도둑은 출입문에 지문과 훼손 등을 전혀 남기지 않았다. 집안을 뒤진 흔적도 정리해 자신의 자취를 모두 감췄다. 주민들은 "도둑이 이상한 표시를 한 것을 보면 늘 가까운 곳에 있다는 느낌이 든다. 문단속을 철저히 하지만 언제 털릴지 모른다는 생각에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도난 피해는 없었지만 같은 단지나 통로에 있는 아파트 7곳(달서구 2곳, 북구 5곳)은 알파벳 'S'가 표시돼 있는 것이 발견됐다. 피해 지역에 탐문 수사를 벌인 경찰은 도둑이 초인종을 눌러 빈집인 것을 확인한 후 출입문 등에 우선 S를 표시하고 침입에 성공하거나 물건을 훔친 집은 S에 줄을 그어 $표시를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도둑은 아파트 공동 출입구를 통해 들어와 주민 왕래가 적은 꼭대기 층과 중간 층 사이를 오가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금품이 털린 집은 10~20층에 위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표시는 손현주 주연의 영화 '숨바꼭질'에서 주인공 형의 아파트에 집집마다 '□1, ○1, △2' 식의 암호가 그려진 장면을 연상시킨다. 이 암호들은 사람의 성별과 수를 뜻하는 것이다. 대구경찰청 수사과 관계자는 "주민의 진술을 종합하면 범행이 매우 치밀하게 이뤄졌고 2인조 이상 범인일 가능성이 높다. 폐쇄회로(CC)TV 기록 분석과 침입한 수법 등을 확인해 용의자를 찾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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