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이수역 80대 할머니, 전동차-스크린도어 사이에 끼여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5일 16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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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작구의 지하철 4호선 이수역(총신대입구역) 당고개 방면 승강장에서 이모 할머니(80)가 25일 오전 9시 52분경 지하철 전동차와 스크린도어(안전문) 사이에 끼여 사망했다. 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와 경찰은 사고 당시 이 할머니의 무리한 승차 정황과 기관사 과실 여부를 포착하고 이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다.

서울메트로 측에 따르면 숨진 이 할머니의 '무리한 승차'가 이날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할머니가 탑승하려 했던 4554열차 두 번째 객차에 타고 있던 목격자들이 "전동차 문이 닫히는 순간 할머니가 지팡이처럼 뾰족한 물체를 무리하게 집어넣었다"면서 "열차 문이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출발하면서 할머니가 지하철과 스크린도어 사이로 빨려 들어왔다"고 진술한 것. 통상 전동차 문에 물건이 끼면 문이 열리지만 이번 사고에서 열차는 할머니가 매달린 채 28m 가량 그대로 전진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 관계자는 "두께 1.25㎝ 이하의 얇은 물건은 껴도 전동차 센서가 감지하지 못한다"면서 "미처 지팡이를 손에서 놓지 못한 할머니가 문과 스크린도어 사이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와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할머니의 시신과 유품을 수습하고 전동차 문에 낀 물건을 찾고 있다.

하지만 전동차 출발 당시 이 할머니가 승차했던 '2-2번' 칸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었지만 전동차 기관사와 맨 뒤 칸에 탑승한 차장이 무시하고 열차를 출발시킨 정황도 함께 파악됐다. 용연상 서울메트로 홍보실장은 "2-2번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았고 개폐 여부를 표시하는 HMI 게시판에 붉은 색 표시등이 들어왔지만 기관사와 차장이 전동차를 출발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메트로 측 자체 조사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는 걸 알았지만 단순 고장인줄 알고 열차를 출발시켰다"며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 사람이 끼었는지는 선로에 굴러 떨어진 할머니의 시신을 보고야 파악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사고로 4호선 상행선 열차는 33분 정도 지체된 10시 25분에야 운행이 재개됐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와 할머니 모두의 과실 정황이 있는 것 만큼 폐쇄회로(CC)TV 분석 및 현장감식을 해봐야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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