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스크린도어 ‘건성 확인’이 참사 불렀다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9월 26일 03시 00분


4호선 이수역서 80세 할머니 스크린도어-전동차 틈에 끼여 숨져
기관사 경고등에도 고장추정 출발

서울 동작구의 지하철 4호선 이수역(총신대입구역) 당고개 방면 승강장에서 이모 할머니(80)가 25일 오전 9시 52분경 지하철 전동차와 스크린도어(안전문) 사이에 끼여 숨졌다. 4호선을 관리하는 서울메트로와 경찰은 사고 당시 기관사 과실 여부를 포착하고 조사에 나섰다.

서울메트로 측에 따르면 숨진 이 할머니의 ‘무리한 승차’가 이날 사고의 1차적인 원인이 된 것으로 보인다. 이날 할머니가 탑승하려 했던 4554열차 두 번째 객차에 타고 있던 목격자들은 “전동차 문이 닫히는 순간 할머니가 지팡이를 무리하게 집어넣었다”면서 “열차 문이 다시 열리지 않고 그대로 출발하면서 할머니가 지하철과 스크린도어 사이로 빨려 들어왔다”고 진술했다. 통상 전동차 문에 물건이 끼면 문이 자동으로 열리지만 이번 사고에서 열차는 할머니를 매단 채 28m가량 그대로 전진했다.

이에 대해 지하철 관계자는 “두께 1.25cm 이하의 얇은 물건은 끼어도 전동차 센서가 감지하지 못한다”면서 “미처 지팡이를 손에서 놓지 못한 할머니가 전동차와 스크린도어 사이로 빨려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서울메트로와 경찰은 사고 현장에서 할머니의 시신과 함께 길이 73cm, 최대 지름 1.4cm 미만의 2단 스틱 등산용 지팡이를 수습해 정밀 감식을 벌이기로 했다.

전동차 출발 당시 이 할머니가 승차했던 ‘2-2번’칸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었지만 전동차 기관사와 맨 뒤 칸에 탑승한 차장이 이를 무시하고 열차를 출발시킨 정황도 함께 파악됐다. 용연상 서울메트로 홍보실장은 “2-2번 칸 스크린도어가 닫히지 않았고 개폐 여부를 표시하는 HMI 게시판에 붉은색 표시등이 들어왔지만 기관사와 차장이 전동차를 출발시켰다”고 말했다. 이들은 서울메트로의 자체 조사에서 “스크린도어가 열려 있다는 걸 알았지만 단순 고장인 줄 알고 열차를 출발시켰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메트로와 할머니 모두 과실 정황이 있는 만큼 폐쇄회로(CC)TV 분석과 현장감식을 해봐야 정확한 사고 경위를 파악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
#지하철 스크린도어#이수역 사고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