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적인 이해가 걸린 공무원 노조의 반발은 당연합니다. 그보다 ‘공무원의 힘’을 무서워하는 국회와 정부가 공무원연금 개혁의 저항세력인 것 같습니다.”
26일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53·사진)가 한국연금학회장직을 내려놓았다.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한 뒤 한국연금학회에 항의가 폭주했고 “사적연금 시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이 쏟아지자 더이상 학회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서였다. 김 교수는 공사연금제도개선실무위원,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 등을 지낸 연금 전문가다. 이번 공무원연금 개혁 과정 초반부터 깊숙이 관여했다.
김 교수는 28일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 초부터 정부와 새누리당이 공무원연금 개혁을 논의했고 꾸준히 자문해 왔다”며 “새누리당 경제혁신특별위원회의 의뢰로 연금 개혁 초안을 만들었는데 당은 (표를 의식해) 자신이 없다고, 정부는 ‘셀프 개혁’ 공격을 우려해서 아무도 선뜻 발표를 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결국 21일 한국연금학회의 정책토론회 형식으로 연금 납입액은 43% 올리고 수령액은 34% 줄이는 연금개혁안이 발표됐다.
공무원연금은 1995년, 2000년, 2009년 등 세 차례 개혁이 이뤄져 현행 제도를 갖게 됐다. 김 교수는 “세 차례의 연금 개혁 속에서 공무원 집단의 저항에 대한 트라우마(정신적 외상)를 갖게 된 것 같다. 국회와 정부에서 (다시 개혁하는 것에) 나서려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런 상황에서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발표하게 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당초 공무원연금 개혁안을 의뢰한 기관들이 연구를 완성하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 어렵게 개혁안을 완성했는데 올해를 넘기면 (집권 후반기에) 공무원연금 개혁은 사실상 어려워져 서둘러 공론화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공무원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는 무엇일까. 김 교수는 단순히 재정적자가 늘기 때문만은 아니라고 했다. 정부의 공무원연금 부담 비율은 독일(56.7%), 미국(35.1%)이 우리나라(12.6%)보다 높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다면 정부가 보전해 줄 수 있지만 기초연금이나 노인의료비 등 각종 복지비용이 급증하고 있어 공무원연금은 정부 지출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는 게 김 교수의 견해다.
김 교수는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된 데 근본적 원인이 있다고 설명했다. 1960년 공무원연금 제도를 처음 도입할 당시 평균수명은 52세였으나 지금은 81세로 높아졌다. 그는 “과거에는 상상도 못했던 일이라 ‘예전의 약속을 지키라’고 요구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다음 세대에 빚을 넘겨주지 않으려면 당정이 연금 개혁을 미뤄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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