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서부경찰서 강력4팀은 올 초 서구 광천동 종합버스터미널에서 술에 취한 승객들의 휴대전화 등을 일부 노숙인이 훔치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일반 승객과 노숙인을 구분하기 어려웠다. 광주터미널 노숙인들은 인근 사찰에서 운영하는 무료급식소에서 식사를 해결하고 병원 목욕탕 등을 이용해 겉으로 남루한 티가 나지 않는다.
임호진 팀장(52·경위·사진) 등은 올 3월부터 탐문수사를 펼쳐 휴대전화 등을 30여 차례 훔친 노숙인 최모(36) 임모 씨(39) 등 2명을 버스터미널과 사찰 무료급식소에서 검거했다. 두 노숙인 모두 절도 전과가 없었다. 노숙생활 5년째인 최 씨는 형사들에게 대뜸 ‘누나를 찾아 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유일한 혈육으로 자신을 보살피던 누나에게 미안해 2009년 집을 나온 뒤 염전 염부와 선원 생활을 하다 노숙을 시작했다. 경찰은 최 씨에게 누나를 만나게 해주고 공장에 취업하도록 도왔다.
노숙생활 2년째인 임 씨도 사정이 비슷했다. 임 팀장은 신원보증을 서 임 씨를 광주의 한 중소기업에 취업시켜 줬다. 임 팀장은 “이들은 행색이 남루하지 않아 검거하기가 힘들었다”며 “사정이 딱한 노숙인들이 사회에 복귀할 수 있도록 계속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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