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스웨덴의 유명 관광지가 이어지는 이 일정은 서울시교육청이 1월 14일부터 23일까지 진행한 ‘유초등전문직 교원 국외연수’ 일정이다. 장학사 등 18명이 참가한 연수의 목적은 ‘예술 통합교육 운영실태 조사’였지만 총 8일의 현지 일정 중 3일간은 전일 관광, 4일간은 절반이 관광이었다.
시교육청은 “최근 2년간 서울 초중고교 교원들이 출장비 1억2851만 원을 부정 수령했다”고 28일 밝혔다. 동아일보는 시교육청이 진행한 교원 해외출장 및 연수 실태를 알아보기 위해 출장·연수보고서 10여 건을 입수해 살펴봤다.
○ ‘佛 교육정책 연구’ 위해 몽마르트르 언덕으로?
서울의 교사와 교수 등 25명은 2월 16일부터 20일까지 대만으로 ‘과학중점학교 유공교원 해외연수’를 다녀왔다. ‘특화교육 우수학교 탐방’을 목적으로 이들이 5일간 방문한 9곳 중 7곳은 목적과 무관한 101타워전망대 등 관광지였다. 1월 중고교 교장과 교원 등 18명이 ‘해외 교육정책의 동향 파악’을 목적으로 7박 9일간 다녀온 유럽 해외연수 일정도 비슷했다. 프랑스, 영국, 네덜란드를 다녀온 이들의 방문지 20곳 중 15곳이 루브르 박물관, 몽마르트르 언덕, 치즈농가 등 관광지였다.
장기 연수도 다르지 않았다. 서울의 한 중학교 교사 서모 씨와 시교육청 행정관리담당관은 7월에 13박 14일 일정으로 ‘중국어교사 연수’를 다녀왔다. 목적은 중국어 학습법 연구였으나 이허위안(이和園) 탐방 등 관광 일정이 절반을 넘었다.
보고서만으로는 무엇을 했는지 알 수 없는 경우도 있었다. 시교육청 공무원들과 서울시의회 의원들이 1월 9일부터 8박 9일 동안 다녀온 독일,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방문연수는 일정 곳곳에 ‘간담회’ ‘세미나’라고만 적혀 있었다. 참석자, 장소, 내용, 사진 등이 하나도 없어 이 시간에 과연 무엇을 했는지 의문을 갖게 했다.
○ 인터넷 글 복사·표절로 채워진 보고서
시교육청에 제출한 연수·출장보고서도 엉망이었다. 장학사 허모 씨는 올해 1월 8박 10일 동안 ‘예술 통합교육 운영실태 조사’를 목적으로 핀란드, 스웨덴, 노르웨이로 연수를 다녀왔다. 허 씨가 보고서에 기술한 내용은 ‘축복받은 대자연과 호수들이 지금도 생생하게 떠오른다’였다. ‘초중등교원 및 교육전문직 국외테마연수 보고서(서유럽)’의 경우 영국 교육정책을 설명하면서 인터넷 두산백과사전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넣었다.
4월 카자흐스탄으로 출장을 다녀온 배모 장학사는 출장보고서에 ‘티케팅하고 커피 한잔 하려는데 한 잔에 8달러, 역시 비싸네요’ ‘저녁식사는 우리나라 짬뽕과 비슷한 것, 또한 고급스러운 와인과 함께…’라고 적어 여행 감상문으로 헷갈릴 정도였다.
최근 수년간의 서울시교육청 재정난과 관련해 조희연 교육감은 “대통령의 누리과정 공약 때문에 재정이 파탄났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하지만 정작 시교육청 직원들과 교원들은 혈세가 투입된 해외연수와 출장을 관광으로 채웠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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