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지난달 30일 세월호 특별법의 내용에 합의한 가운데 세월호 유가족들 사이에서 농성장 철수를 둘러싼 논의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안산 단원고 유가족 A 씨는 5일 “우리는 특별법 때문에 (농성장에) 있으려 했던 것”이라며 “특별법이 어쨌든 타결됐고 더 머무르는 건 사람들 보기에도 안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화문 농성장은 10월 말까지 유지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거기에 계속 있어야 한다고 고집하는 건 아니다”라며 “상당수의 유가족이 농성장 철수에 대한 얘기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반발도 만만찮다. 유가족 B 씨는 “제대로 된 특별법 합의를 이끌어내기 전에 농성을 철수하는 것은 말이 안 되는 것”이라며 “특별법 제정에 합의해도 세부적인 사안에 대한 투쟁은 지속될 것이며, 현재로서는 언제 농성을 철수할지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농성이 보기 안 좋겠지만 분명한 것은 ‘불편함’이 주는 위력을 간과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청와대와 국회를 드나드는 의사 결정자들의 눈에 조금이라도 불편함을 줄 수 있다면 그것만이라도 성공이라는 게 애초 농성의 시작이었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세월호 참사 가족대책위원회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강경파 유족과 시민단체들은 농성을 지속할 것을 천명하고 있다. 가족대책위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는 “독립적인 수사권과 기소권을 보장하지 않는 특별법으로는 참사의 진실을 밝힐 수 없다”며 4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성역 없는 진상규명 가로막는 청와대, 양당 규탄 촛불 문화제’를 열었다. 문화제에는 약 300명(경찰 추산)이 모였다. 주최 측은 “수사와 기소의 권한을 갖는 특검 후보군 제안에 여당이 개입해서는 안 된다”며 “세월호 참사에 대한 정부의 책임으로부터 여당이 독립적이라고 생각하는 국민은 아무도 없다”고 주장했다.
국민대책회의는 광화문광장에 천막 13개, 청운효자동주민센터 앞에 천막 2개를 설치한 뒤 농성을 벌이고 있다. 광화문광장에는 올해 8월까지는 300∼400명의 동조 농성자들이 모였지만 최근에는 50∼100명이 농성을 벌이고 있다. 유가족 C 씨는 “지금은 광화문 농성장이 투쟁의 구심점으로서의 역할도 하지 못한다. 이제 철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내부에서 비판과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C 씨는 “애초에 제대로 된 판단을 했다면 대학생들과 일부 시민단체만의 동조를 얻을 수 있는 투쟁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 대신 진도, 안산을 오가며 침묵시위를 했다면 훨씬 파괴력 있는 항의 수단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유가족이) 합의안을 거부하면서 시민들도 유가족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덧붙였다.
단원고 유가족 총회에 모이는 250여 명 중 농성장 철수에 동의하는 온건파가 얼마나 되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여야가 특별법에 합의한 지난달 30일 안산에서 가족대책위 집행부가 기자회견을 열고 의견을 발표하자 온건파 유가족들 중 상당수가 이에 반발해 빠져나갔다. 당시 빠져나가지 않고 남은 인원은 총 60여 명. 이들 대부분은 강경파였으며 극히 일부의 온건파만 단독 결정에 항의하기 위해 남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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