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세상을 바꿉니다/9일 한글날]
국가-도시명 2004년 이후 정비안해 같은 도시, 문서마다 다르게 적기도
외교부가 상대국 국가 이름이나 도시명을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지 않고 엉터리로 적고 있는 사례가 부지기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국어원 홈페이지만 검색해도 쉽게 바로잡을 수 있는데도 잘못된 이름을 관행적으로 계속해서 쓰고 있는 것이다.
나라 이름이 틀린 대표 사례는 지중해 연안국인 키프로스다. 알파벳 ‘Kypros’로 표기되는 이 나라는 키프로스라고 해야 하나 외교부는 여전히 사이프러스로 표기하고 있다.
주요 도시명에서도 오류가 다수 발견됐다. 러시아의 극동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블라디보스톡’으로,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는 ‘젯다’로,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는 ‘울란바타르’로 잘못 표기했다. 대만의 수도 타이베이를 ‘타이뻬이’로, 중국의 대도시 청두(成都)를 ‘청뚜’로 쓰고 있는 것도 잘못이다.
국어기본법 14조에 따르면 모든 공공문서는어문규범을 지켜서 작성하도록 돼 있다.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라는 얘기다. 하지만 이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어 강제성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립국어원에 전화(가나다전화 1599-9979)로 문의만 해도 알 수 있는 것을 관례라는 이유로 무시하고 있다. 외교부가 외래어 표기법에 무신경한 사실은 같은 도시를 서로 다른 표기로 적는다는 점에서도 드러난다. 외교부 홈페이지는 Vladivostok를 ‘블라디보스톡’이라고 적고 있는 반면 외교백서에는 ‘블라디보스토크’라고 쓴 사례도 있다.
외교부는 2004년 국가명과 도시명 50여 개를 일제히 정비한 뒤 사실상 지금까지 손질을 하지 않고 있다. 당시에도 감사원으로부터 외래어 표기법을 따르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은 뒤에야 고친 것이다. 당시 덴마아크를 덴마크로, 체크를 체코로, 휘지를 피지로, 핀랜드를 핀란드로 바로잡았다.
또한 외교 고위직 인사 일부는 여전히 필리핀을 ‘비율빈(比律賓)’으로, 오스트리아를 ‘오지리(墺地利)’로 부르는 사례도 많다. 외교부 관계자는 “외교 전문을 글자 수에 따라 요금을 내던 시절에 이를 압축적으로 부르던 관례가 아직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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