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오후 8시경. ‘노동자행동’ 회원 등 250명(경찰 추산)은 서울 광화문우체국에서 롯데백화점 본점 앞까지 행진하면서 이런 구호를 수차례 외쳤다. 행진 주도자가 “박근혜, 너 카카오톡 뒤져 보면 애인이랑 대화한 것 다 까발릴 수 있다”며 “박근혜의 안정적인 연애를 위해서 ‘박근혜도, 텔레그램’이라는 구호를 외치자”라고 말한 직후였다. 그는 “(정부가) 카카오톡을 다 감시하고 있어서 못 쓰고 있다”며 “너(박 대통령)도 카카오톡 불안해서 못 쓰고 텔레그램 쓰면 ×같은 기분 느낄 거다”는 거친 말도 서슴지 않았다.
이날 거리 행진 명칭은 ‘세월호 특별법 기소·수사권 보장 촉구 노동자 시민 행진’. 주도자가 “박근혜 너 (대통령) 그만두고 집에 가서 편하게 남자친구 만나도록 함성을 10초 지르자”고 말하자 “와” 하는 함성이 뒤따랐다.
한 시위 참가자가 “연애를 했으면 했다고 말하지 왜 못 밝히냐. 부끄럽고 쪽팔려서 못 말하는 것 맞지 않냐”고 외치자 시위대는 웃음을 터뜨렸다. 최근 일본 산케이신문이 세월호 침몰 당시 박 대통령의 행적과 관련해 선정적인 뉘앙스로 보도해 기소까지 된 가운데 그보다 더 저급한 발언이 도심에 울려 퍼진 것이다.
행진에 앞장선 사람은 “사실 특별법은 잘 모르겠지만 박근혜가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며 “특별법이 제정돼 박근혜 씨가 누구와 뭘 하고 있었는지, 박근혜 씨와 청와대가 어떤 책임이 있는지 철저히 조사하고 책임자를 감옥에 보내는 게 참사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또 “박근혜가 대통령으로 있는 이상 성역 없는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불가능할 것”이라며 “박근혜 정부 퇴진 운동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위대는 ‘박근혜 퇴진’을 외치며 약 40분간 행진했다. 하지만 이들의 입에선 특별법의 실질적인 내용보다는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선정적인 조롱과 정권 퇴진 요구가 되풀이돼 흘러나왔다. 그래서일까. 시위대는 주변에 동참과 지지를 호소했지만 시민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최근 세월호 특별법을 둘러싼 싸늘한 여론은 이렇게 참사를 정치적인 목적, 인신공격과 황색 비방으로 먹칠하는 사람들과 무관하지 않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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