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을 돌며 노숙생활을 하던 A 씨(31)가 인천 연수구의 번듯한 연립주택 지하방에서 살게 된 건 B 씨(33)의 달콤한 이야기 때문이었다. 1000만 원을 벌게 해주겠다는 말에 속은 A 씨는 그곳에서 3개월간 노숙인 8명과 합숙하며 교육을 받았다. 실체도 없는 회사의 사업 내용은 물론이고 자신의 월급, 회사 주소, 전화번호까지 가짜 정보를 달달 외워야 했다. B 씨는 노숙인들의 명의를 이용해 금융기관으로부터 대출금을 타낼 때 심사를 통과하기 위해 이런 교육을 했다. 한 노숙인이 심사에서 회사의 전화번호를 대지 못해 10번이나 대출을 거부당하자 아예 합숙소를 차린 것이다.
B 씨 일당은 노숙인 명의를 빌려 2011년 1월부터 올 4월까지 207차례에 걸쳐 75억여 원을 가로챘다. 국토교통부 기금으로 조성된 근로자서민주택전세자금 33억7800만 원을 받아냈고 제2금융권 등에서 41억5900만 원을 챙겼다. 대출조건을 충족하기 위해 실체가 없는 회사 18개를 만들어 노숙인을 고용한 것처럼 속였다.
서울 성북경찰서는 범행을 주도한 B 씨를 사기 혐의로 구속하고 노숙인 A 씨 등 20명을 같은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12일 밝혔다. 경찰은 돈의 사용처를 확인하는 한편 노숙인 모집책 등 공범 40여 명을 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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