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가 최근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을 만나 운전면허 필기시험 응시원서에 이 같은 질문을 추가해 줄 것을 제안했다. 국내 장기이식 대기자 수가 2만6000여 명에 이르는 만큼 운전면허 지원서를 활용해 장기기증을 독려하겠다는 취지에서다.
본부 측은 “운전면허 응시원서는 건강한 성인이면 누구나 한 번쯤 접하게 되는 문서”라며 “면허 응시자들이 장기기증 의사를 묻는 질문을 통해 기증을 자연스럽게 고민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2007년 장기 등 이식에 관한 법률이 개정되면서 장기기증 희망 의사를 밝힌 사람은 운전면허증 하단에 기증 희망 의사를 별도로 표기할 수 있다. 하지만 기증 의사를 밝히기 위해서는 병원이나 운전면허 신체검사장 등 장기기증 등록기관으로 지정된 곳을 따로 거쳐야 한다. 본부 측은 “기관을 통해 신청하지 않아도 면허 응시를 할 때 바로 표기할 수 있게 된다면 절차상으로도 간편해지는 셈”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과 영국 콜롬비아 등은 운전면허 응시원서에 ‘장기기증을 희망하십니까’라는 질문과 ‘예’ 또는 ‘아니요’ 응답란이 있다. 영국의 경우 이 질문에 답하지 않으면 면허증을 발급하지 않는다. 박진탁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본부장은 “지난해 운전면허 신규 응시자가 약 193만 명, 신규 취득자가 108만 명이었다”며 “이들 중 10%만 장기기증희망등록에 참여해도 10만 명의 신규 장기기증 등록자를 모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장기기증희망등록자는 전 국민의 약 2%로 영국(31%) 미국(48%) 등에 비해 매우 낮은 상황이다.
복지부 측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13일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김기선 새누리당 의원이 문 장관에게 “운전면허증에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할 수 있도록 바꿀 의향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문 장관은 “그렇다”고 답했다. 권민정 보건복지부 생명윤리과 사무관은 “올해 초 장기와 인체조직을 구분하도록 법을 개정한 만큼 장기기증, 인체조직 기증 의사를 함께 물어보는 질문을 추가하는 방안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부정적인 시각도 만만치 않다. 장기기증 의사를 운전면허 응시원서에 넣는 것은 마치 교통사고로 불의의 사고를 당했을 때를 가정하는 것 같아 심리적으로 불편하다는 것이다. 개인정보가 유출될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된다.
경찰청 관계자는 “이 제안이 시행되면 장기기증 의사가 표시된 응시원서가 국립장기이식관리센터(KONOS) 등 국가기관에 전달돼야 하는데 이때 지원자의 정신병력, 알코올 및 마약 전력 등 민감한 정보까지 함께 제공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일부 전문가 사이에선 “주민등록증이나 건강보험증 등에 장기기증 의사 표시를 유도하는 것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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