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노숙인들 큰형님으로 불린 경찰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15일 03시 00분


서울 남대문경찰서 장준기 경위,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수상
15년째 노숙인 생활 돌보며 근무

충북 음성군은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 수상자로 서울 남대문경찰서 서울역파출소에 근무하는 장준기 경위(53·사진)를 선정했다고 14일 밝혔다. 올해로 3회째인 이 상은 국내 최대 복지시설인 꽃동네 설립에 기여한 고 최귀동 할아버지(?∼1990)를 기리기 위해 제정됐다.

장 경위는 2000년 서울역파출소에서 근무하면서부터 15년째 노숙인들과 형제처럼 생활해 서울역 노숙인들에게 ‘큰형님’으로 불린다. 그는 매일 오전 6시면 순찰을 시작한다. 노숙인의 상태를 살피고 주변에 있는 소주병 등 흉기가 될 수 있는 물건을 치우는 게 첫 일과다. 이후 노숙인들의 여러 문제를 해결해주다 보면 오후 10시를 넘겨 퇴근하기 일쑤다.

노숙인들은 처음에는 경찰의 관심을 꺼렸지만 자신들을 진심으로 대하는 장 경위에게 마음의 문을 열고 대하기 시작했다. 장 경위는 노숙인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주민등록 복원과 가족 찾아주기, 재활 지원 등을 하고, 상담을 통해 그들을 가족처럼 대하고 있다. 또 최근 7년 동안 후원을 받아 수천 명의 노숙인에게 옷과 신발 등을 주고, 천주교 단체에서 지원하는 도시락 1000여 개를 주 2회 서울역 주변 쪽방촌에 배달하고 있다. 이런 선행이 알려지면서 장 경위는 2007년에 녹조근정 훈장을 받았다. 시상식은 16일 열리는 제15회 음성품바축제에서 열린다. 장 경위에게는 봉사대상 상패와 상금 500만 원이 주어진다.

최귀동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음성군 금왕읍의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나 강제 징용됐다가 병든 몸으로 고향에 돌아와 무극천 다리 밑에서 걸인 생활을 했다. 자신도 불편한 몸이지만 밥 동냥을 해 병든 걸인들을 먹여 살렸다. 1976년 음성군 금왕읍 무극천주교회 주임신부로 발령받은 오웅진 신부는 최 할아버지를 만나 ‘얻어먹을 수 있는 힘만 있어도 그것은 주님의 은총’임을 깨닫고 당시 가지고 있던 돈 1300원으로 무극리 용담산 기슭에 방 다섯 칸짜리 ‘사랑의 집’을 지어 이들을 입주시켰다.

16∼19일 충북 음성군 음성읍 굴다리와 설성공원 일대에서 열리는 품바축제는 배고팠던 시절 민초들의 삶과 애환을 느낄 수 있는 행사다. 043-873-2241, pumba21.com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최귀동 인류애 봉사대상#장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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