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수백만원 벌금 각오하고 영업해요”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20일 03시 00분


레저선-어선 이용 단속에 막힌 제주 다이빙 숍

제주 서귀포시 문섬에서 수중 비경을 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스쿠버다이버를 쉽게 보지 못하게 됐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제주 서귀포시 문섬에서 수중 비경을 보기 위해 바다로 뛰어드는 스쿠버다이버를 쉽게 보지 못하게 됐다. 임재영기자 jy788@donga.com
“스쿠버다이빙을 하기 위해 무인도 같은 섬으로 이동할 수 있는 합법적인 방법은 사라졌습니다. 스쿠버다이버를 태우고 무인도 등으로 가는 행위를 해경이 단속하고 있어요. 다이빙 숍에서는 생계를 위해 벌금을 각오하고 바다로 나가고 있습니다.”

19일 만난 김모 씨(47)는 허탈한 표정이 역력했다. 제주 서귀포시에서 스쿠버다이빙 숍을 운영하는 김 씨는 지난달 초 제주지법으로부터 벌금 150만 원을 선고받았다. 모터보트를 이용해 스쿠버다이버를 실어 나른 행위가 무면허 도선사업이라는 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 씨는 “해경 고위 관계자와의 면담에서 ‘자기 레저선박을 가지고 손님을 태우는 행위는 합법이다’란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에 법률적으로 문제없을 것으로 생각했다. 레저선박으로 운송하지만 이용객이 지불하는 돈은 다이빙 비용이지, 배를 타는 비용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다이빙 숍에서 소유한 레저보트를 이용한 스쿠버다이버 운송이 불법이라는 판단이 내려지면서 스쿠버다이버를 무인도 등 다이빙 포인트로 안내하는 수중관광이 사실상 발이 묶였다. 낚시어선을 이용해 스쿠버다이버를 운송하는 행위 역시 불법으로 해경의 단속이 이뤄지고 있다. 현행 유선 및 도선사업법에 따르면 유선과 도선의 경우 다이버 이동이 가능하지만 대부분 도항선과 유람선으로 쓰이고 있다. 영세한 스쿠버다이빙 업체가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유람선 등 유선을 건조하고, 복잡한 인·허가를 거치는 일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결국 스쿠버다이빙 업계는 그동안 불법인 줄 알면서도 낚시어선을 이용해 관광객들을 실어 날랐다.

제주를 찾는 스쿠버다이버는 연간 5만 명 규모로 600억 원가량의 지역경제 파급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올해는 해경의 단속 등으로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했다. 서귀포시 서귀포항 주변에서 스쿠버다이빙 숍을 운영하는 김모 씨(56)는 “예년 같으면 스쿠버다이버를 문섬으로 안내해 수중 비경을 보여주고 있을 텐데 지금은 할 일이 없다. 예약한 다이빙은 대부분 취소됐다”고 말했다.

제주도는 ‘제주도에서 낚시어선을 이용해 해양레저를 목적으로 한 다이버를 운송할 수 있다’는 내용을 삽입한 ‘제주도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했지만 제주지역에만 특혜를 줄 수 없다는 의견이 나오면서 국회 통과까지 자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제주도스쿠버연합회 허천범 회장은 “제주 수중에서는 울긋불긋한 연산호를 비롯해 다양한 아열대 물고기를 감상할 수 있다. 세계적으로도 희귀하기 때문에 외국인 다이버들이 자주 찾고 있으며 세계수중촬영대회도 열린다. 합법적인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임재영 기자 jy788@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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