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 스마트폰은 이제 단순한 통신이나 유희의 도구가 아닙니다. ‘생명줄’입니다.”
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국제전기통신연합(ITU) 전권회의 개막식에서 하마둔 투레 ITU 사무총장은 “정보통신기술(ICT)은 인류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는 도구”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개막식에 참석한 박근혜 대통령과 투레 사무총장은 한목소리로 ‘정보격차 해소’를 이번 회의의 핵심 주제로 꼽았다.
○ 정보격차 해소·양성평등 ‘핵심 의제로’
그동안 ITU 전권회의에서는 새로운 기술 발전에 대한 정책이나 표준 수립 방안을 주로 논의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에 따른 혜택은 지역이나 성별, 나이마다 고르지 못하다. 이를테면 2세대(2G) 휴대전화는 빈국(貧國)에서도 대부분 사용한다. 하지만 훨씬 많은 정보가 오갈 수 있는 초고속인터넷 통신망이나 4세대(4G) 이동통신기술 롱텀에볼루션(LTE)을 사용하지 못하는 곳이 세계의 절반을 넘는다. 이번 회의에서는 ‘개발도상국-선진국 정보격차 해소’ ‘청년-아동의 ICT 접근성 강화’ 등 다양한 각도로 정보격차 문제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다.
양성평등도 중요하게 논의된다. 21일 ITU 전권회의 현장에서 열리는 ‘제1회 잼텍(GEM-tech)’ 시상식은 ICT를 양성평등의 도구로 활용한 공로자가 수여 대상이다. 투레 사무총장은 “ICT 분야에서 여성이 보다 많은 의사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 각국의 정보통신 분야 여성 장관들의 모임도 열린다. 화려한 발전 뒤에 숨어 있는 ICT 분야의 성(性)적 불평등을 깨기 위한 ITU의 첫 행보다.
○ ‘한국적 ICT’를 알린다…기업도 ICT 외교 나서
이날 개막식에는 조선통신사, 봉수대와 같은 한국의 전통적 소통 수단을 3차원(3D)으로 표현한 영상이 상영됐다. 한국의 ICT가 세계로 확산되길 바라는 염원을 담은 것이다. 또 비디오 영상이 나무 형상으로 배치된 고 백남준 작가의 작품 ‘More Log-in, Less Logging’(로그인을 많이 할수록 나무를 덜 베어낸다는 뜻으로 ICT의 친환경 특성을 표현)도 선보였다.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ICT 강국인 한국의 역할, ICT는 인류를 위한 것이라는 한국의 ICT 철학을 묘사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회의장 곳곳에는 최첨단 ICT 인프라가 갖춰졌다. 최대 3000명이 동시에 접속 가능한 와이파이, 스위스 제네바의 ITU 사무국과 벡스코 간 전용망도 구축됐다. 17개의 ‘기가(giga) 와이파이’ 존에서 초고속 무선 통신도 이용할 수 있다. 대표단을 보내지 않은 기니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등 에볼라 바이러스가 발병한 아프리카 지역 3개국도 ICT로 구현한 화상회의로 의결권을 행사한다.
국내 정보기술 기업들도 이번 행사를 맞아 ‘ICT 외교’에 나섰다. 신종균 삼성전자 사장과 구본준 LG전자 부회장은 ITU 전권회의 참석차 방한한 라비 샹카르 프라사드 인도 정보통신부 장관과 만나 이동통신과 스마트폰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