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 외식업체와 배달 계약
20일부터 결식아동 아침밥 제공
독지가들, 취지 듣고 후원금 쇄도
가을비 내리던 21일 오전 7시, 전북 전주시 완산구 변두리 마을에서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지훈(가명·10)네에 따뜻한 아침 도시락이 배달됐다. 노동일 하는 아버지는 비가 오지만 다른 일이라도 찾아보겠다며 새벽 인력시장에 나갔고 지훈이는 엊저녁 남은 밥을 먹고 학교에 가려던 참이었다. 보온 도시락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과 국, 반찬 세 가지, 과일과 요구르트가 담겨 있었다. 오랜만에 먹어 보는 따뜻한 아침밥이었다.
○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전주시가 결식아동들의 집에 아침밥을 배달하는 ‘밥 굶는 아이 없는 엄마의 밥상’ 사업을 20일 시작했다. 점심은 학교에서 무상급식으로 먹을 수 있지만 한부모가정 또는 부모가 아프거나 일 때문에 아침을 먹기 어려운 아이들이 있다는 점에 착안한 것이다.
전주시는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현장 및 심층 조사를 통해 18세 이하 아동과 청소년 대상자 120가구 183명을 선정했다. 주민센터 공무원과 통장, 지역아동센터와 사회복지시설 등을 통해 결식 대상이거나 결식 우려가 높은 아이들을 추려낸 뒤, 밑반찬 제공 등 급식 관련 서비스를 받고 있는 아이들을 제외하고 가구 소득과 생활 여건 등을 고려해 최종적으로 대상자를 선정했다. 유형별로는 장애 등으로 밥을 해줄 수 없는 한부모가정이 128명으로 가장 많고 장애인가정 31명, 저소득취약가정 13명, 조손가정 9명, 청소년가정 2명 등이다. 기초생활수급자가 94명, 차상위계층 57명, 저소득취약계층 32명이었다. 미취학아동 21명, 초등학생 68명, 중학생 83명, 고교생 11명이다. 이 가운데 90명은 도시락을 원했고 93명은 밑반찬을 희망했다.
전주시는 시내를 4개 권역으로 나눠 외식업체와 배달 계약을 맺었다. 등교 시간을 고려해 전 가구에 오전 7시 반까지 배달을 마치도록 했다. 한 끼니 가격은 4000원 선. 아침밥 배달은 365일 하루도 거르지 않는다. 동주민센터와 생활복지과 직원들을 현장에 보내 제시간에 제대로 배달되는지 점검토록 했다.
○ 익명의 독지가 2000만원 기탁
전주시가 이 사업을 추진하기로 하자 독지가들의 후원금이 잇따르고 있다. 한옥마을에서 장사를 하는 익명의 독지가가 2000만 원을 보내오는 등 지금까지 4000만 원의 지정기탁금이 모였다. 주민센터마다 고맙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도와줄 방법을 묻는 전화도 많았다. 전주시는 추경에 9940만 원의 사업비를 확보했고 ‘취약계층에 대한 급식지원 조례안’ 제정을 추진할 계획이다. 김승수 전주시장은 “시장 취임 후 첫 번째로 결재한 사업”이라며 “어떤 일이 있어도 아이들이 밥을 굶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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