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최초로 개발한 성과로 올해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60) 미국 샌타바버라 캘리포니아주립대 교수는 한국이 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떤 게 필요하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21일 경기 안산시 단원구 산단로 서울반도체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나카무라 교수는 “셀렌화아연을 이용해 LED 소재를 개발하는 게 정상으로 받아들여지던 시절에 질화갈륨을 사용한 게 청색 LED 소재 개발에 크게 기여했다”며 “사람들이 미친 짓이라고 했던 시도가 큰 성과를 불러왔다”고 말했다. 그는 “똑똑한 학생들이 삼성과 LG 같은 대기업에 들어가 ‘샐러리맨’이 되는 상황에서는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기 힘들다”며 “대기업들은 수많은 보고 단계와 관료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어 파격적이거나 새로운 연구를 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나카무라 교수가 내세운 건 ‘작은 기업과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선호’ 문화.
나카무라 교수는 “우수한 인재들이 스타트업에서 자유롭게 기발한 연구를 하고, 성과가 나오면 스톡옵션 등으로 파격적인 보상을 받을 수 있을 때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할 문화가 조성된다”며 “일본인 노벨상 수상자 중 기업인은 모두 작은 기업 출신”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 가르치고 있는 학생 중 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내가 운영하는 벤처기업을 비롯해 스타트업에 가려고 한다”고 전했다.
일본이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 19명을 낼 때까지 한국은 단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한 데 대해선 과학기술 분야의 역사와 중견·중소기업의 저변 차이를 꼽았다. 그는 “두 나라 모두 대기업 선호 현상이 강하지만 일본에는 연구력을 갖춘 중견·중소기업들이 그래도 다양하게 존재한다”며 “한국은 4, 5개 대기업에 대한 집중도가 너무 높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나카무라 교수는 “한국보다 일본이 과학기술 분야에서의 연구와 교육 역사가 더 깊고 인력층도 넓다”며 “10년, 20년 안에는 한국에서도 충분히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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