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가 몰려올 듯하다 사라지더니 이내 장대비가 쏟아져 내렸다. 그러나 스쿠버다이빙 장비를 갖추고 바다에 들어가 보니 사정이 달랐다. 고요함이 느껴질 정도였다. 21일 오전 제주 서귀포시 서귀포항 앞 무인도인 문섬. 국민생활체육 제주도스킨스쿠버연합회 회원들의 수중정화 활동을 취재하기 위해 그들과 함께 바다에 들어갔다.
수온은 21도로 괜찮았지만 가시거리는 5m가량으로 다소 흐렸다. 입수하자마자 주걱치 무리가 반겼다. 앙증맞은 파랑돔, 범돔이 자유롭게 유영했고 파란색 줄이 선명한 청줄돔은 자태가 돋보였다. 수중 절벽에는 분홍수지맨드라미, 가시수지맨드라미 등 울긋불긋한 연산호가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아열대 어종, 연산호 등이 어우러져 마치 열대 바다에 들어온 것처럼 색깔이 화려했다. 쓰레기는 많지 않고 바닥 바위 사이로 합판 조각 정도만 보였다.
전문 다이버들은 어선에서 버린 것으로 보이는 닻, 낚시, 그물 등을 건져 올렸다. 양이 적은 것은 전문 다이버들이 국내 대표적인 다이빙 포인트인 문섬 일대 수중을 보호하기 위해 평소에도 쓰레기를 수거한 덕분이다. 수중 비경에 매료돼 18년 동안 서귀포에 머물고 있는 독일인 랄프 도이츠 씨(53)는 “취지가 좋아서 행사 참여를 자원했다. 쓰레기가 많이 없어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인 비경을 갖췄는데도 다이빙 관광 관련 기반이 마련되지 않아 너무 아쉽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정방폭포 앞(수심 12∼15m)에서 펼친 2차 정화활동의 사정은 달랐다. 버려진 이불, 옷가지, 그물, 페트병 등 300kg에 이르는 다양한 쓰레기가 쏟아졌다. 대부분 어선이나 낚시 관광객이 버린 것으로 추정되는 것들이다. 서귀포시에서 다이빙숍을 운영하는 김병일 씨(56)는 “여기저기 버려진 쓰레기들이 조류에 밀려 정방폭포 앞 바다에 쓰레기매립장처럼 쌓였다. 많이 건졌지만 여전히 많은 쓰레기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강영삼 회장은 “쓰레기가 수중에 쌓여 생태계를 해치고 있다. 잠수 시간 제한 때문에 한꺼번에 많은 양을 수거할 수는 없지만 자주 정화활동에 나서 생태계를 회복시키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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