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나가면 치킨집이나 차려 볼까 하고 평소 농담 삼아 말하곤 했는데, 현실이 됐네요.” 경기 수원시의 한 아파트단지 상가에서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운영하는 최철한 씨(49)는 쓴웃음을 지으며 창업 동기를 설명했다. 경기 안산시 반월산업단지의 반도체 부품업체에 다니던 그는 2년 전 구조조정에 떠밀려 사표를 쓴 뒤 치킨집을 열었다. 최 씨는 “경쟁이 치열하다는 것도, 장사가 어렵다는 것도 알지만 이렇다 할 기술 없이 먹고살려면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치킨집’으로 대표되는 소규모 음식 자영업자의 폭발적 증가세는 통계에서 드러난다. 최근 4년간 늘어난 패스트푸드점(치킨, 피자, 햄버거 등 판매)만 전국에 9444곳. 2009년보다 64.1%나 늘어난 것으로 주요 생활밀접업종 중 증가세가 가장 가팔랐다.
국세청은 27일 이런 내용을 포함한 최근 4년간 개인사업자 변동 현황 통계를 공개했다. 표본 사업자를 대상으로 관련 통계를 내는 통계청 조사와 달리 실제 세금 신고를 한 사업자들의 등록 현황을 토대로 작성한 전수조사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전체 개인사업자는 537만 명으로 2009년(487만 명)보다 1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총인구 증가율(1.8%)의 6배다. 슈퍼마켓 편의점 화장품가게 빵집 학원 세탁소 등 국세청이 선정한 30개 생활밀접업종의 자영업자는 지난해 133만 명으로 2009년보다 5.6% 늘었다. ▼ 패스트푸드점-편의점 늘고 문구점-PC방 줄어 ▼
자영업자 10.4% 급증
지난해 등록된 생활밀접업종 사업자 중 40대 창업자가 43만 명(32.3%)으로 가장 많았고 50대(42만 명·31.3%)가 그 뒤를 이었다. 지난해에만 40대 중 9만4000명이 국세청에 새로 사업자 신고를 했고, 이 중 절반 이상(5만8000명·61.7%)이 여성이었다.
국세청 관계자는 “경기침체로 구조조정을 당한 가장이 늘자 생업전선에 뛰어든 주부들이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패스트푸드점과 함께 최근 4년간 가장 폭발적으로 늘어난 건 편의점(56.5%)과 휴대전화 판매점(56.1%)이었다.
반면 문구점은 같은 기간 21.4%(3000곳)가 문을 닫았고 PC방(―18.8%) 서점(―17.5%) 등도 시대의 변화를 거스르지 못하고 줄어드는 추세다. 연령별로는 30대는 휴대전화 판매점과 PC방, 40대는 학원과 꽃가게, 50대는 노래방과 철물점, 60대는 이발소, 여관 사업자가 많았다.
서울에서는 전체 개인 사업자의 20%(4만6000명)가 강남 서초 송파 등 이른바 ‘강남 3구’에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강남구에서만 일반음식점 6775개, 부동산중개업소 1883개, 미용실 1111개가 치열하게 경쟁 중이다. 명동, 남대문시장이 있는 중구는 옷가게가, 신촌 홍익대 등 젊은이가 몰리는 지역인 마포구는 일반주점이, 대형 전자상가가 있는 광진구는 휴대전화 판매점이 가장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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