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 강릉 출신인 초허(超虛) 김동명 시인(1900∼1968)의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시 한 편이 발굴돼 문단의 관심을 끌고 있다. 김동명 문학연구회의 장정권 회장(시인)은 일제강점기에 발행된 신동아 1935년 6월호(사진)에서 김 시인의 시 ‘단상(斷傷)’과 ‘전춘사(餞春詞)’ 등 두 편을 찾았고 이 가운데 ‘단상’은 김 시인의 시집 5권에 들어 있지 않은 작품으로 확인됐다고 28일 밝혔다. ‘전춘사’는 1938년 펴낸 김 시인의 대표 시집 ‘파초’에 수록돼 있다.
‘千萬번 잊고 잊고/다시 또 잊어야 하겠건만/마음으로 할 수 없는 것이/사람의 정(情)이 든가/아하 애닯다 잊을수는 바이없네/그러나 이미 깨여진 꿈자최니/잃어진 꽃향기니/아니 잊고 어이리/하지만 잊자 하니/다시 또 못잊겠네/아아 서러라 내 사람아/이것이 정(情)이 든가/이것이 사랑이 든가’(당시 표기대로 기록)
신동아에 실린 단상은 전체 13행으로 구성된 서정적 서사시다. 심은섭 가톨릭관동대 교수(일반교양학부)는 “사랑하는 사람이 세상을 떠났지만 잊지 못하는 괴로운 심정을 시적으로 형상화한 것”이라며 “시인은 사랑하는 사람을 잊으려고 하지만 잊지 못하는 심정을 시로 노래했다”고 말했다. 김 시인의 아버지와 부인이 시가 신동아에 발표된 후 사망한 것을 감안하면 이 시에서 그리움의 대상은 1931년 세상을 떠난 어머니로 추정된다. 심 교수는 “단상이 김 시인의 시집에 수록되지 않은 이유는 불분명하지만 각별히 생각하던 어머니에 대한 심경을 담고 있어 공개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김 시인의 작품 특징인 ‘상실감을 내용으로 한 기도문 형식’이 잘 드러난 시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단상 발굴을 계기로 지역 문학계는 다른 유명 시인에 비해 조명을 받지 못한 김 시인의 문학 사상 및 시 세계를 조명하는 연구 활동이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김 시인은 1900년 강릉시 사천면에서 태어났고 일본 유학 후 중학교와 대학에서 교편을 잡으며 시작 활동을 펼쳤다. 1945년부터 1960년대까지 신동아, 사상계 등 주요 잡지에 정치 평론을 기고하기도 했다.
장정권 회장은 “이번 시 발굴을 계기로 그의 작품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아직까지 밝혀지지 않은 새로운 시 작품에 대한 발굴도 활발히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강릉시는 김 시인의 문학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생가 터인 사천면에 ‘김동명 문학관’을 만들어 지난해 7월 개관했다. 16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고 8650m² 터에 복원 생가 및 문학관이 들어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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