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실종자 시신 발견 하루만에 수습
단원고 황지현 양 부모, 사진 보고 오열
옷차림-생존학생 증언 바탕 추정… 30일 오전 DNA 감식결과 나올 듯
196일 만이었다. 4월 16일 세월호와 함께 바닷속으로 사라졌던 실종자 중 경기 안산 단원고 2학년 황지현 양(17)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9일 수습됐다. 이날 오후 8시 30분경 해경 경비정에 실려 시신이 전남 진도 팽목항으로 들어오자 실종자 10명의 가족들은 침착함을 유지하려는 듯 연신 호흡을 가다듬었다. 황 양의 어머니 신명섭 씨(49)가 남편 황인열 씨(51)의 손을 꼭 잡은 채 “애기 얼굴 볼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배가 정박할 때까지 이들의 시선은 한곳을 향했다. 침착함은 사라지고 부모의 흐느낌은 점점 커졌다.
흰 천에 싸인 시신이 선착장의 흰 천막으로 들어갔다. 세월호 실종자 가족 법률대리인 배의철 변호사가 천막에 들어가 시신을 스마트폰으로 찍은 뒤 황 씨 부부에게만 보여줬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는 사이 굵은 눈물이 연신 바닥으로 떨어졌다. 배 변호사는 “생각보다 시신은 깨끗한 편이다”라고 전했다. 여성 속옷과 숫자가 새겨진 티셔츠, 레깅스, 목 부분만 남기고 찢어진 구명조끼를 입은 채 발견된 시신은 선내 발견 위치와 생존 학생의 증언 등으로 미뤄 황 양으로 보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유전자(DNA) 감식을 거쳐 신원이 공식 확인되는 건 30일 오전. 하지만 부모는 깊은 오열로 시신이 자신의 피붙이라고 알렸다.
세월호 선체 안에서 발견된 실종자 시신은 하루 만에 차가운 바다에서 뭍으로 올라왔다. 29일 오후 6시 18분경 민관군 합동구조팀 잠수사들은 시신을 수습해 바지선으로 옮긴 뒤 팽목항 시신안치소로 이송했다. 민관군 합동구조팀은 이날 새벽과 오전 2차례 조류가 잠잠해지는 정조(停潮)시간에 2인 1조로 구성된 잠수사 5개 팀을 투입했다. 시신이 발견된 4층 중앙화장실로 접근하는 통로가 협소하고 시야가 불량해 수습에 실패했지만 잠수사들은 세 번째 시도 끝에 시신 수습에 성공했다. 처음 시신을 발견한 민간잠수사가 자신이 직접 마무리하겠다며 바다에 들어가 수습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은 황 양의 18번째 생일이었다. 가족들은 황 양의 생일을 맞아 진도군청 기자회견장에서 케이크를 자르고 노래를 부르다 끝내 눈물을 흘렸다. 팽목항에 차려진 황 양의 밥상에는 황 양과 같은 반 아이들의 어머니들이 끓여준 미역국이 올랐다. 이날 오후 2시경 기자회견에 참석한 실종자 가족과 배 변호사는 “마지막 한 명까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생일상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아버지 황 씨는 케이크에 직접 촛불을 켜며 눈물을 보였다. 실종자 가족 대표를 맡았던 황 씨는 “사랑하는 지현아, 좋은 자리 잡아놓으면 아빠가 나중에 따라갈게”라고 인사를 남겼다.
실종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전 구역 전면 재수색을 반영한 11월 수색계획 수립을 재차 요구했다. 배 변호사는 “전문가들도 유실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보는 만큼 미진했던 공간을 정밀하게 다시 수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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