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동 꺼! 반칙운전]아동 사고 절반 줄인 美 ‘할렘의 기적’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0월 31일 03시 00분


‘안전도시 교실’ 운영 3년만에 성과

“헬멧은 어떻게 쓰죠, 크리스틴?” “이렇게… 턱이 약간 조일 때까지 버클을 당겨요!”

금발머리 여학생이 선생님의 질문에 헬멧을 조여 보이며 대답했다. 취재팀이 찾은 미국 뉴욕 할렘 가 ‘안전도시(Safety City)’ 교실 안에는 어린이 10여 명이 교통안전 교사 2명으로부터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한쪽 벽면은 이곳을 거쳐간 ‘학생 안전대사’들이 남긴 표어와 그림이 가득했다.

25년 전 미국 뉴욕 센트럴파크와 할렘 가를 잇는 파월 거리는 뉴욕에서 어린이 안전이 가장 위협받는 곳이었다. 재정이 열악해진 시 당국이 어린이 안전시설이나 경찰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한 탓에 아이들의 등굣길은 무법질주하는 차량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

할렘의 기적은 정부와 지역 커뮤니티 간 협력의 산물이었다. 1989년 할렘 가 아동병원이 아동 교통사고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뉴욕 주 교통부에 요청했다. 뉴욕 주 교통부와 정부 지정 비영리단체인 ‘안전한 거리 기금’이 지원에 나섰다. 정부는 병원, 경찰, 보험 및 의료 서비스 사업자, 교통 담당자, 학교 소속 교통정리원 등과 협력해 현장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다. 이들은 담당지역 내 크고 작은 행사에 참석해 어린이 교통안전 프로그램을 홍보했다.

뉴욕 주 교통부에 따르면 할렘 가 안전도시가 문을 연 지 3년 만에 5∼16세 지역 아동의 교통사고는 55%까지 감소했다. 6년 후에는 할렘을 포함한 뉴욕 북부 전역에서 보행자 사고가 40%(인구 10만 명당 127.15명에서 76.51명으로) 감소했다. 뉴욕 주 교통부 킴 윌리슈워츠 씨는 “이곳 안전도시 프로그램은 지역공동체가 합심해 일궈낸 모범 사례로 포드사와 하버드대 등에서 여러 차례 상도 받았다. 뉴욕 정부는 ‘할렘의 기적’을 도시 전체로 이어가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곽도영 기자 now@donga.com
#아동 교통안전#안전도시 교실#할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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