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대표적 친일파 가운데 한 명인 민영은이 친일의 대가로 받았던 충북 청주시 도심의 ‘노른자’ 땅이 올해 안에 완전히 국가 소유가 된다. 민영은의 일부 후손이 소유권을 주장하며 청주시를 상대로 소송을 낸 지 3년 7개월여 만이다.
3일 청주시에 따르면 청주지법 민사3단독 이승형 부장판사는 지난달 31일 법무부가 민영은 후손 5명을 상대로 낸 토지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에 원고 승소 판결했다. 이 부장판사는 “피고인들은 각각 토지의 5분의 1 지분에 한해 소유권 말소 또는 이전 등기 절차를 이행하라”고 선고했다. 이날 선고는 민영은 후손 5명 중 미국에 있는 후손 1명을 제외하고, 소장 및 변론기일 통지서를 수령한 4명에 대해 우선적으로 이뤄졌다. 이들 후손은 모두 법정에 나오지 않아 무변론으로 진행됐다. 민사소송법상 피고가 소송에 응하지 않으면 원고 승소로 인정된다. 미국에 거주하는 후손 1명은 공시 송달 절차가 완료되는 다음 달 12일 별도로 선고 재판이 이뤄질 예정인데, 역시 무변론 재판으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민영은 땅의 국가 귀속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민영은의 후손들은 2011년 3월 청주시를 상대로 청주 도심인 청주중학교와 서문대교, 성안길 등에 있는 12필지(총 1894.8m²)에 대한 도로 철거와 인도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이듬해 11월 1일 열린 1심에서는 민영은의 후손들이 승소했다.
그러나 청주시는 2012년 12월 20일 항소장을 제출했고, 민영은의 친일 행적을 찾아 땅을 국가로 귀속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국가기록원과 각종 도서관, 사건 토지 관련 학교를 방문해 수집한 자료와 일제강점기 지적 관련 자료를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했다. 조선총독부 관보를 검색해 민영은의 기부 내용 등 친일 행적을 찾는 데 집중했다. 민영은이 러일전쟁 이후 친일 활동 기간에 취득한 이번 사건 토지가 친일 반민족행위 기간에 취득한 것이라는 점도 집중 부각했다.
‘친일파 민영은 후손의 토지 소송에 대한 청주시민대책위원회’도 청주시민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벌여 2만2836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등 민영은 직계 후손 땅 반환소송 반대운동에 앞장섰다. 민영은의 1남 4녀 가운데 유일하게 생존해 있는 막내딸의 외손자인 권호정 씨(60)와 동생 호열 씨(56)도 “외할아버지의 일부 친손들이 청주시를 상대로 땅 찾기 소송을 낸 것은 모든 후손의 뜻이 아닌 일부의 의견”이라며 법원 앞에서 소송 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항소심 재판부는 지난해 11월 청주시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민영은이 취득한 땅은 친일행위의 대가로 추정되는 만큼 친일재산 귀속법 제3조 제1항에 의거해 모두 국가 소유로 귀속된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밝혔다. ‘친일반민족행위자 재산조사위원회’가 규정한 국고 환수 대상에서 제외된 토지가 친일재산으로 인정된 첫 판결이었다.
이후 민영은 후손들이 상고를 포기하자 법무부는 올 2월 24일 후손을 상대로 소유권 확인 청구 소송을 제기했고 이번에 승소했다. 이날 판결은 후손 4명이 판결문을 송달받은 뒤 2주 안에 항소하지 않으면 확정되는데, 이들이 항소할 가능성이 희박해 기나긴 소송전이 끝날 것으로 보인다.
민영은은 1913년 5월부터 6년간 충북 지방토지조사위원회 위원을 지내는 등 친일 활동을 벌였다. 1915년 11월 일본 교토에서 열린 다이쇼 일왕 즉위식에 참석해 대례기념장을 받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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