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시립합창단 예술감독서 퇴임… 10월 30일 고별공연 전석 매진
“합창은 남의 소리에 귀기울여 인성교육에 도움줄 수 있어”
지난달 3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왼쪽) 퇴임 고별공연에서 ‘국민 할매’ 김태원 씨가 공연 도중에 나와 대화하고 있다.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제공
‘서울 영락교회 성가대 지휘 40여 년, 선명회어린이합창단 지휘 30여 년, 서울레이디스싱어즈 지휘 20여 년, 세계 4대 합창단으로 꼽힌 인천시립합창단 지휘 19년….’
국내 합창계의 ‘대부’로 불리는 윤학원 인천시립합창단 예술감독(74)이 지난달 30일 인천종합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인천에서의 지휘생활 19년을 결산하는 퇴임 고별공연을 열었다. 그는 시립예술단의 첫 예술감독으로 임명돼 최장수 기록을 세웠다. 인천시는 퇴임 무대에서 그를 인천의 첫 ‘명예 지휘자’로 선정했다. 윤 감독은 “나에게 음악은 생명이다. 지구가 태양을 중심으로 공전과 자전을 하듯 합창을 중심으로 삶을 이어왔다”고 감회를 밝혔다.
그는 합창 불모지와 다름없던 국내에서 1970년부터 선명회어린이합창단을 이끌고 해외 공연에 나섰고 수많은 성악가를 배출해왔다. 1995년 지휘자와 단원 간 갈등으로 해체됐던 인천시립합창단을 재창단한 뒤 2009년 ‘합창계 올림픽’으로 불리는 미국 합창지휘자연합회(ACDC) 창립 50주년 기념무대에 오르는 등 세계 4대 합창단으로 자리매김했다. ACDC는 미국 전역의 합창단 40개와 세계 4대 합창단만을 선별해 공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인천시립합창단은 벨기에 세계합창연합회(IFCM) 15주년 기념공연을 비롯해 세계합창심포지엄, 대만 세계합창제, 뉴욕 카네기홀 연주회 등 세계 유명 무대에 초청받기도 했다.
윤 감독의 고별공연은 합창단을 세계적 수준으로 끌어올린 혼과 열정을 느낄 수 있어 관객들의 기립박수가 수차례 이어졌다. 전속 작곡가를 통해 인천합창단만이 부르도록 창작한 ‘인천 미사’ ‘가라 모세’ ‘못 잊어’ ‘정서진’ 등 8곡이 끝나자 “앙코르” 요청이 쇄도했다. 고별공연은 인터넷 예매가 시작되자 5분 만에 1000여 석인 전석이 매진되기도 했다.
윤 감독은 인천 무대에서 떠났지만 음악활동은 여전히 왕성하게 하고 있다. 2일 ‘합창인의 메카’로 자리 잡은 서울 강서구 발산동 주택가의 ‘서울코러스센터’(4층 건물)에서 그를 만났다. 이 건물 1∼3층엔 합창 연습실, 강의실, 녹음실, 사무실이 갖춰져 있고 4층은 그의 살림집이다.
“이곳에는 10여 년째 진행되는 합창 및 작곡 아카데미 강좌를 수강하기 위해 많은 음악인들이 찾아오고 있다. 매달 한 차례 전국 어린이 합창단의 지휘자 30여 명이 참석하는 워크숍이 열리고 ‘윤학원 코럴’ 등 여러 합창단이 연습실로 이용하고 있다.”
윤 감독은 전국 소년소녀합창대회를 3년째 주도해왔고 부산시교육청의 요청으로 어린이합창단 지휘를 맡는 등 합창인 저변 확대에도 심혈을 쏟고 있다. 그는 “합창은 남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습관을 기를 수 있어 인성 교육에 도움이 된다”며 “최근 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에 각 학교에서 합창단이 운영되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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