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서울 광화문광장 세월호 농성장은 썰렁했다. 몽골텐트 13개가 ‘ㄷ’자 모양으로 둘러싸고 있는 마당 한가운데는 텅 비어 있었고, 세월호 희생자들의 사진 등을 엮어서 만든 바리케이드만 빙 둘러져 있었다. 석 달 전인 8월만 해도 유족과 시민단체 사람들을 포함해 최대 300∼400명(경찰 추산)이 텐트와 마당에 머물며 농성을 했다. 지금 텐트에 머무는 인원은 주간 30명 정도(경찰 추산)밖에 되지 않는다. 시민들의 발길도 부쩍 줄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세월호 특별법이 통과되더라도 광화문 농성장을 유지하면서 투쟁의 구심점으로 삼기로 했다. 유가족들은 특별법이 통과되는 7일을 전후해 청와대와 국회 인근에 설치한 농성장은 철수할 예정이지만 광화문 농성장은 당분간 철수할 계획이 없다고 했다. 제대로 진실이 규명되는지 꼭 ‘광화문’에서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농성장이 설치된 건 7월 14일. 이들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지금은 단식농성과 특별법 제정 모두 일단락됐으니 농성을 지속할 마땅한 명분이 없다.
광화문광장에 설치된 텐트는 13개. 이 중 1개만 유가족이 설치하고 나머지 12개는 서울시에서 인도적인 차원에서 설치해줬다. 유가족이 설치한 텐트 1개는 서울시로부터 광장 사용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시설물’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장소를 점용할 당시 변상금을 부과하겠다고 고지했고, 농성장이 철수되면 그때 한번에 변상금을 부과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불법시설물을 설치한 114일째인 4일을 기준으로 변상금은 총 60만∼80만 원이며, 나머지 12개 텐트는 언제까지 지원할지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농성이 장기화되면서 ‘시민의 광장’인 광화문광장에선 시민단체가 매일 주인 행세까지 하고 있다. 지난달 29일 이곳에서 열린 ‘세월호 진상규명 풍선 날리기’ 행사에선 시민단체 회원들이 경찰에게 “여긴 유가족 농성장이야, 나가!” “여기가 어디라고 경찰이 와!”라며 욕설과 반말을 내뱉었다. 일부 언론을 적대시하는 팻말도 붙어 있었다.
세상에는 많은 사건사고가 발생하는 만큼, 사회에는 무수한 현안이 있고 다양한 이유로 억울해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시민의 주목을 가장 많이 끌 수 있는 광화문광장 남단은 ‘기한도 없이’ 세월호 관련 단체들이 독점하고 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들에 준법정신과 주변에 대한 배려심을 갖추길 바라는 건 과도한 기대일까.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