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교육청은 올해 6월 이청연 교육감이 새로 선출되자 7월부터 인천 남동구 석촌로에 있는 교육감 관사를 수리하기 시작했다. 도배, 장판 교체, 싱크대 설치 등에 4000여만 원, 집기 구입에 1900여만 원 등 관사 수리에만 5970만 원의 교육청 예산이 들어갔다. 이와 관련해 예산낭비 논란이 일자 이 교육감은 9월 공개 사과문을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교육청으로부터 학교 보일러 공사비 1740만 원을 지원받았다. 그런데 이 학교는 그보다 한 달 전에 교육청 지원을 받아 보일러 수리를 마친 상태였다. 같은 사업에 교육청이 예산을 두 번 지원한 것이다. 이 학교는 7개월간 새로 받은 공사비를 보관하고 있다가 올해 2월에야 교육청에 돈을 돌려줬다.
지방 교육청들은 예산의 대부분을 정부가 지급하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충당한다. 정부는 교육청이 벌이는 사업의 규모와 관계없이 매년 국세 수입의 일정 비율을 교육청에 꼬박꼬박 지급한다. 최근 시도교육감들이 재정 악화를 이유로 정부에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해달라고 요구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재정 낭비의 원인이 되는 재정구조부터 뜯어고쳐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학생 수 줄어도 교원은 계속 늘어
정부는 교육청들의 방만한 재정운용을 교육재정 악화의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특히 정부는 저출산으로 초중고교 학생이 줄어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는데도 교육청들이 교사, 행정직원 등 교원을 계속 늘리면서 인건비를 과도하게 지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인건비는 교육청 예산의 60%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교육청은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낮아졌는데도 교원을 계속 증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강원도교육청은 지난해 기준 소관 초등학교의 교사 1인당 학생 수가 11.9명으로 OECD 평균(15.3명)보다 크게 낮았다. 하지만 초등학교 교원은 2010년 6757명에서 지난해 6973명으로 216명 늘렸다. 대전시교육청은 2010∼2013년에 학생 수가 7.0% 줄었지만 같은 기간 장학사, 연구사 등 교육청에서 일하는 교육전문직은 23.0%나 늘었다.
교육감들이 내놓은 각종 공약사업과 관련한 예산낭비 사례도 적지 않다. 지방 교육청들은 창의적 수업방식을 도입한 학교를 혁신학교로 지정해 학교당 매년 1억 원 이상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학교에서는 이 예산이 교육 개선이 아닌 교원 복지에 쓰이고 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서울시교육청 산하의 한 고등학교는 이 예산으로 배드민턴 등 교사들의 체육활동비로 190만 원을 지원했다가 적발됐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는 혁신학교 예산 1300만 원을 교사용 노트북컴퓨터 구입에 사용했으며 일부 중학교는 이 예산을 교직원 행사 상금으로 지급하기도 했다.
○ “교부금 제도 정비해야”
교육재정이 악화되고 있지만 인건비 부담을 줄이기 위한 학교 통폐합 등 교육청들의 예산절감 노력은 지지부진하다는 것이 정부의 지적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전교생이 60명 이하인 학교는 지난해 기준 1984곳으로 전체의 17.5%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시도교육감은 “복지 차원에서 ‘작은 학교’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교육부가 추진하고 있는 소규모 학교 통폐합을 반대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소규모 학교는 재정부담이 클 뿐 아니라 한 교사가 여러 학년을 맡아야 하고, 다양한 교육프로그램을 운영하기도 힘들어 교육의 질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시도교육청들의 부실한 예산행정 역시 재정 악화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업비 예측을 제대로 못해 남는 예산인 ‘이월·불용액’이 매년 4조∼5조 원에 이르는데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매년 1조 원 안팎의 지방채를 발행하고 있다. 남는 예산을 두고도 돈을 빌려 이자비용까지 치르고 있는 것이다. 박정수 이화여대 교수(행정학)는 “교부금이 국세 수입의 일정 비율로 지급되다 보니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려는 교육청들의 노력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며 “예산 집행의 효율성을 평가해 교부금 지급을 차등화하는 등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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