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5일(현지 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체험형 전시관인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 이곳을 방문한 6명의 한국 아이들은 안내를 맡은 직원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퍼부었다. 이 학생들은 올 4월 열린 제36회 전국학생 과학발명품 경진대회(동아일보 미래창조과학부 공동 주최, 국립중앙과학관 주관) 우수 수상자들로 15∼21일 5박 7일간 미국 서부로 과학체험 연수를 떠났다. 이번 연수는 “자원이 없는 한국이 살아갈 방법은 과학기술밖에 없다”는 신념 아래 1979년 이 대회가 처음 열릴 때부터 단독 후원을 해온 한국야쿠르트의 전액 지원으로 이루어졌다.
학생들은 최첨단 과학시설과 체험 위주의 전시물을 만지고 뛰어놀며 과학을 배웠다. 캘리포니아 사이언스센터에서는 지구와 우주를 25번 왕복한 인데버호를 보며 우주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샌프란시스코 익스플로러토리엄에서는 전선과 전구를 연결해 전류의 흐름을 알아보는 기구 등 과학 전시물 650여 점을 직접 손으로 만지며 과학 원리를 체험했다. 학생들은 이곳에서 자전거를 움직이는 신체 원리를 표현한 체험 기구, 빛과 소리의 원리를 보여주는 실험 기구 등 과학적 호기심을 불러일으키는 전시물이 신기한 듯 이곳저곳 뛰어다녔다. 학생들은 “학교 실험실에서 보지 못한 것들”이라며 “마치 과학 놀이터 같다”고 말했다.
차일혁 군(14·세종 연동중 2학년)은 “학교에서는 교과서에 나오는 실험도 실험 동영상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 직접 전기, 소리, 빛 실험을 해보니 머리에도 쏙쏙 들어오고 흥미도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스탠퍼드대를 방문해 노벨상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학생들은 스탠퍼드대에서 경영공학과 석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이준영 씨(28)의 안내를 받아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가 지어준 이공대 건물 등 학교의 역사를 들으며 캠퍼스를 둘러봤다.
학생들은 투어가 끝난 뒤 “과학이 인류에 얼마나 큰 영향을 끼쳤는지, 얼마나 보람 있고 흥미진진한 분야인지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채연 양(11·대구 화원초 5학년)은 “넓은 캠퍼스에서 마음껏 공부하는 언니 오빠들을 보니 나도 어서 자라서 마음껏 공부를 해야겠다는 꿈을 꾸게 됐다”며 “10여 년 후 꼭 이 자리에서 공부하고 있는 나 자신이 돼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준영 씨는 “스탠퍼드는 실용학 위주라 발명품을 만드는 데에 소질을 보이는 학생들에게 안성맞춤”이라며 “개성 있는 학생을 원하는 학교니 발명품과 관련해 자신의 특장점을 키운다면 충분히 도전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과학체험 연수는 “공부를 잘해야 한다”는 막연한 생각을 가졌던 학생들에게 과학에 대한 진로를 구체적으로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됐다. 최경식 군(14·서울 등원중 2학년)은 “한국에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나오지 않았는데 앞으로 미국으로 무대를 넓혀 내가 최초로 수상하겠다”고 말했다. 채희옥 서울 등원중 지도교사는 “학생들이 더 많은 것을 보며 더 큰 꿈을 펼쳐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 것 같아서 뿌듯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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