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 치러지는 2015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을 일주일 남기고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초긴장 상태다. 최근 교육부가 상고를 포기한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8번 문항 오류 문제 때문이다. 자칫 올해 수능도 오류가 있을 경우 기관 존폐 논란으로 번질 가능성도 높다.
조용기 평가원 수능시험본부장은 “세계지리 8번 문항 출제오류 사태와 이번 수능 시기가 맞물려 살얼음판을 걷는 심정”이라며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게 검증시스템을 철저하게 강화했다”고 말했다.
우선 문제가 된 지난해 수능 세계지리 출제위원들은 이번 출제위원단에서 배제됐다. 지난해 세계지리 과목의 출제위원은 교수 3명, 교사 1명으로 이번 수능에서 전원 교체됐다. 인원수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4명이다. 세계지리 과목의 검토위원은 7명으로 지난해보다 1명 더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세계지리 과목 검토위원은 교사 6명으로 꾸려졌다. 검토위원은 출제위원이 문제를 내면 다른 과목 출제진과 함께 이를 검토하는 역할을 맡는다.
평가원은 또 세계지리뿐만 아니라 모든 과목별 검토위원들의 실질적 권한을 강화할 방침이다. 검토위원들의 오류 지적에 해당 출제위원들이 반드시 답변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세계지리 8번 문제도 검토 과정에서 오류 지적이 나왔지만 묵살된 것으로 알려진 데 따른 조치다. 검토 과정은 검토위원이 문제를 서면으로 받고 오류를 살피는 서면검토와 직접 출제위원과 만나서 토론하는 대면검토의 절차로 나뉜다. 평가원 관계자는 “이번 수능에서 문제 오류로 인한 차질이 없도록 전 직원이 비상근무에 들어갔다”며 “기존 수능 업무에 지난해 수능점수 재산정까지 업무가 늘어 매일 새벽에 퇴근하고 있다”고 전했다.
평가원 수능 출제·검토위원단 구성 관련 규정에 따르면 출제위원의 75% 이상은 대학교수로 구성된다. 반면 검토위원은 통상 고교 교사로 구성된다. 출제는 전문성 있는 교수가 한 뒤 문제 검토는 현장을 잘 아는 교사가 맡는 식이다.
이의신청 절차에서는 외부 전문가 영입이 강화된다. 이의신청은 수능 당일부터 닷새 동안 받는다. 조 본부장은 “기존에는 이의신청 단계에서 평가원 소속 연구원만이 이의의 적절성을 판단했는데 이번 수능부터는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외부 모니터링을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영역별로 2명 이상의 외부 전문가와 별도의 평가원 인력이 각각 모니터링할 계획이다.
이의 신청이 타당하다고 여겨지면 심사가 진행되며, 이 과정에서도 외부 전문가 비율이 늘어난다. 오류 수용 여부를 최종결정하는 ‘이의심사실무위원회’는 그동안 외부 전문가 3명과 해당 과목 출제위원들로 구성됐다. 하지만 이번 수능부터는 외부 전문가가 2명 더 늘어난다. 심사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이 위원회는 지난해 세계지리 8번 문제와 관련해 ‘이상 없음’ 판정을 내린 바 있다.
이 외에도 올해 수능은 출제위원 합숙 과정에서 국어 영어 수학 사회·과학탐구 영역 간 교차 검증 횟수를 늘려 영역 내 검토와 영역 간 검토를 강화했다. 평가원은 지난달 10일부터 출제위원 합숙을 시작한 후 지난주부터 시험지 인쇄를 시작했다. 평가원 관계자는 “출제위원들이 합숙소에서 인쇄된 수능 시험지를 최종적으로 검토 중”이라며 “인쇄상태 검사부터 혹시 모를 오류를 찾아내기 위해 밤을 새우고 있다”고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