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도해역서 길이 11.5m 폭 6m… 조선초기 분청사기 2점 나와
뱃머리선 화물 추정 백자 111점… 해로 이용 원거리 유통 처음 확인
5일 오전 11시 45분경 충남 태안군 마도 앞바다 수심 11m 바닷속.
290t급 수중문화재발굴선 누리안호를 떠난 잠수사 2명이 조명 불빛에 의존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어디입니까.”(통제실)
“선체로 다가가고 있습니다. 선수 부분입니다. 시야가 불투명합니다. 20cm 이상은 보이질 않아요.”(잠수사)
잠시 후 잠수사 머리에 달린 카메라에서 전송된 화면 속에 갯벌에 잠긴 목선의 일부가 드러났다. 보존 상태가 좋아 목선의 나뭇결이 선명했다.
잠수사들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선체에서 10m 떨어진 닻가지를 인양하기 위해 이동했다. 유속이 빨라 갯벌 흙이 일어나면서 앞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잠수한 지 40분 만에 잠수사가 닻가지를 수면으로 올려 보냈다. 닻가지 길이는 2.1m로 원래 크기는 4∼5m로 추정된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홍광희 발굴팀장은 “고선박의 닻은 닻가지에 닻돌을 묶어 쓰는데, 나무 재질 닻가지는 훼손이 잘돼 발굴이 잘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문화재청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마도 해역에서 조선시대 것으로 추정되는 고선박(가칭 ‘마도 4호선’)을 발견했다고 5일 밝혔다. 연구소는 “선체 내부에서 조선시대 초기 제작된 사발 형태의 분청사기 2점이 나온 것으로 볼 때 조선시대에 제작된 배일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해양에서 발굴된 고선박 12척 중 통일신라시대 선박인 영흥도선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고려시대 배로 조선시대 선박의 발굴은 처음이다. 현재 확인된 마도 4호선의 규모는 길이 11.5m, 폭 6m. 우현으로 기울어져 선체 일부분만 갯벌 위로 올라와 있다. 쇠못 대신 나무못을 사용한 점, 선체의 형태 등이 전형적인 한국 선박의 모습이다.
선수 윗부분에선 18세기 후반 제작된 조선시대 백자도 111점이나 발견됐다. 주로 일상생활용기인 발, 접시, 잔, 촛대 등이 10점씩 꾸러미로 포개져 있었다. 이 중 백자 촛대는 일부 가문에서만 전해져 내려올 뿐 발굴된 것은 처음이어서 매우 희귀한 유물로 평가된다.
홍 팀장은 “배 안에서 조선 초기 분청사기가 발견된 점으로 볼 때 18세기 백자 다발이 마도 4호선에 함께 적재된 것인지는 확실치 않다”며 “하지만 이 백자들이 완충재인 볏짚과 함께 발견된 것에 비춰 화물로 이송되다 물속에 잠긴 것은 확실하다”고 말했다.
나선화 문화재청장은 “지금까지 조선 백자는 지역마다 가마가 분포해 인근 지역에만 공급됐다는 것이 학계 정설이었으나 이번 발굴로 원거리 유통을 처음 확인했다”고 말했다.
태안 해역은 “놀란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천만 가지로 기괴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다”는 옛 기록이 있을 정도로 많은 배가 침몰한 곳. 2007년 이후 이곳에서만 태안선, 마도 1∼3호선 등 4척의 고려시대 선박과 2800여 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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