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집에 침입했다가 빨래건조대에 맞아 의식불명 상태에 빠진 '식물인간 도둑'이 원래부터 중증 뇌질환을 앓고 있었다는 주장이 새롭게 제기됐다. 즉, 집주인의 폭행이 의식불명의 직접적인 원인이 아닐 수 있다는 것이다.
폭행 가해자인 20대 집주인은 지난 8월 1심 법원에서 1년 6개월 형을 선고받고 춘천교도소에서 수감 중이다. 이 사건을 놓고 정당방위 범위를 둘러싼 사회적 논란이 계속 일고 있다.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전날 춘천교도소에 가서 집주인 최 모 씨(20)를 만났다면서, 거기서 절도범 A씨(55)의 신상에 대해 "깜짝 놀랄 만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굳이 (절도범의) 전과에 대해선 이야기 안 하겠다"면서 "개인 신상에 관한 것이라 말하긴 조심스럽지만, 교도관 등 많은 사람이 지적하던데 소문에 의하면 이 도둑은 중증 뇌질환 환자"라고 주장했다.
이어 그는 "CT(컴퓨터 단층)나 MRI(자기공명영상)를 분석하면 폭력과 기왕증(旣往症·환자의 과거 앓은 질병) 가운데 어떤 게 식물인간 상태에 더 영향을 많이 줬는지 확인할 수 있다고 한다"며 의식불명을 초래한 정확한 원인에 관한 재조사를 촉구했다.
박 의원은 최 씨는 키 170m, 몸무게 62kg가량 되는 앳된 청년이었다면서 "가냘프고 왜소한 청년이 사람을 5~10분간 때려 식물인간으로 만들 완력이 있었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판결문에 적시된 '증거의 요지'는 진술 말고는 없다. 신경외과 전문의 등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조사했어야 한다. 인과관계에 대한 엄격한 증명이 필요하다"고 부실 수사 의혹도 제기했다.
이 같은 지적에 황교안 법무장관은 "일리 있는 말씀"이라며 "기왕증에 의한 것인지, 이번 폭행으로 인한 것인지 다시 검토해 보겠다. 지금이라도 다시 면밀하게 조사를 해서 필요한 조치들을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폭행이 아닌 다른 원인에 의해 (절도범이) 식물인간이 된 것이라면 20대 청년을 빨리 석방해야 한다"며 법사위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제안했다.
박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 북에도 "많은 사람들이 ('도둑 뇌사'로) 잘못 알고 있는데, 뇌사와 식물인간은 완전히 다르다. 이 사건 도둑은 식물인간 상태"라면서 "아무튼 식물인간의 원인이 폭력이 아니라, 다른 특이한 질병 같은 것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오늘 법사위에서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신속하게 그 원인과 인과관계를 조사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3월 8일 오전 3시 15분경, 최 씨는 자택에 몰래 들어와 서랍장을 뒤지던 A씨를 발견하고, A씨를 주먹으로 수차례 때려 넘어뜨렸다. 이어 도망가는 A씨의 머리를 발로 차고 알루미늄 빨래건조대로 등을 수차례 가격했다. 의식을 잃은 A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현재까지 식물인간 상태다.
검찰은 최 씨를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집단·흉기 등 상해)'로 기소했으며, 1심 법원도 지난 8월 최 씨에게 1년 6개월형을 선고했다. 최씨 측은 즉각 항소했고, 현재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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