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 안지는 거대 포털 ‘네이버’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7일 03시 00분


사이비언론 횡포에도 “오보수정 - 반론권 안돼”

“뉴스에 회사 대표이사의 이름이 잘못 나왔다면 네이버 측에서 조치를 취해주십시오.”(기업 측)

“해당 언론사와 해결해야 할 일입니다. 법적으로 불가능합니다.”(네이버 측)

“언론의 일방적인 비판에 대해 기업이 해명할 기회를 주십시오.”(기업 측)

“여러 가지 문제로 쉽지 않습니다….”(네이버 측)

6일 오전 서울 중구 을지로 롯데호텔에서 한국광고주협회 주최로 열린 네이버 초청 설명회. 이날 행사에서는 일부 인터넷 언론이 네이버에 노출되는 기사를 빌미로 금품을 요구하는 행태에 대한 기업들의 문제 제기와 김상헌 네이버 대표의 답변이 이어졌다.

광고주협회가 언론사를 초청해 여는 행사에 네이버가 초대받은 것은 2011년 이후 두 번째다. 네이버는 뉴스를 생산하지는 않지만 언론사들이 만든 뉴스를 유통시키고 있어 사실상 언론과 같은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게 광고주협회의 판단이다.

최근 A기업은 포털 사이트에 노출되는 한 인터넷 매체에 올라온 잘못된 뉴스를 정정하느라 진땀을 뺐다. 정확한 사실관계를 설명해도 해당 매체는 수정을 해주지 않다가 결국 금품을 요구했다. 얼마 후에는 또 다른 인터넷 매체가 같은 기사로 금품을 요구하는 일이 반복됐다. 이 회사 관계자는 “나중에 알고 보니 한 명이 포털에 노출되는 여러 개의 인터넷 매체를 창간해 같은 기사로 기업을 협박하고 금품을 요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네이버에선 총 311개 매체의 기사가 검색된다. 이 가운데 일부 사이비언론은 기업 총수나 상품, 서비스에 대해 의도적으로 틀리거나 과장된 내용을 보도해 기업에 피해를 주는 사례가 적지 않다. 특히 식음료 업계 등은 포털에 부정적인 뉴스가 노출되면 당장 매출이 줄어 ‘울며 겨자 먹기’로 사이비언론의 요구를 들어주기도 한다.

이 때문에 광고주협회는 2011년에 ‘나쁜 언론’ 5곳을 선정해 발표하고 ‘사이비언론신고센터’를 열었다. 2012년에는 ‘반론보도닷컴’도 개설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네이버는 이런 악의적인 매체의 잘못된 뉴스라도 해당 언론사와 직접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기업들은 “명백히 틀린 내용을 고쳐 달라고 요구해도 곧바로 돈부터 달라고 하는 사이비언론사와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느냐”고 반박한다.

논란의 여지가 있는 기사에 대해선 반론권을 보장해 달라는 기업의 요청도 네이버 측은 “오보에 대한 판단 기준이 논란이 될 수 있어 반론 공간을 만든다는 것이 부담스럽다”고 거부했다.

대형마트가 문제가 있는 제품을 책임지는 것처럼 포털업체도 사이비언론의 뉴스 유통에 책임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대형마트는 식품을 팔아 돈을 벌지만 우리는 뉴스로 돈을 벌지 않는다”며 “언론사의 기사 품질을 임의로 따질 수 없어 책임을 질 수 없다”고 주장해왔다.

윤석민 서울대 교수(언론정보학)는 “네이버가 명백히 잘못된 사이비언론의 뉴스조차 그대로 방치하는 것은 무책임한 태도”라며 “비용과 시간이 들고 사회적 논란이 일더라도 책임을 지고 문제를 해결해 나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황태호 기자
#네이버#인터넷 언론#오보#사이비언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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