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대표 ‘김치 고수’들이 만든 김치에는 특별한 무엇인가가 있다. 14일부터 16일까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리는 ‘2014 서울김장문화제’에 세 고수가 참석해 김치 제조 비법을 선보인다. 왼쪽부터 김순자 회장, 유정임 이하연 대표. 김순자 유정임 이하연 씨 제공
수십 년간 김치를 연구해온 대한민국 대표 ‘김치 고수’들에게 김치는 맛뿐 아니라 인생철학과 추억이 담긴 음식이다. 김순자 대한민국김치협회 회장(60)은 원인 모를 피부 궤양에 시달리던 본인을 구해 준 ‘생명의 은인’으로, 유정임 풍미식품 대표(59)는 ‘인생의 전부’로, 이하연 봉우리한정식 대표(56)는 ‘어머니’로 김치를 표현했다. 서울시는 14일부터 16일까지 ‘1000만의 버무림, 대한민국 김장의 새로운 시작’을 주제로 광화문 일대에서 2014 서울김장문화제를 연다. 세 김치 명인도 이 축제에 참석해 시민들과 함께 김치를 담그며 맛 비결을 전수하고 김장 문화를 재연한다.
○ 내가 사랑하는 김치
김순자 회장은 가장 사랑하는 김치로 ‘나박김치’를 꼽았다. 그는 “나박김치는 무, 배추, 오이 등 온갖 재료가 섞여 조화를 이룬다”며 “제사 때나 큰상 차림에 배추김치와 함께 오르는, 한국인의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김치”라고 강조했다. 맛있는 나박김치 만드는 법도 소개했다. 배추와 무를 6 대 4의 비율로 나박나박 썰고, 국물은 마늘, 생강, 배를 갈아서 한지에 깔끔하게 걸러 낸 뒤 새우젓과 소금, 고춧가루로 간을 하면 당장 다음 날부터 먹을 수 있는 맛있는 김치가 된다고 했다. 달달한 맛을 좋아한다면 꿀을, 금방 먹으려면 매실청을 한두 방울 넣어도 좋다.
30개가 넘는 김치 관련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유정임 대표는 ‘어머니의 칼슘 김치’를 선택했다. 유 대표는 “어머니가 어렸을 때부터 배추김치를 담글 때 꼭 깨끗이 씻은 계란 껍데기를 김치 위에 덮어두셨다”며 “20일 숙성 뒤 먹으면 탄산이 톡 쏘면서 상큼한 맛이 났다”고 전했다. 그는 아삭아삭한 맛을 위해 ‘배추를 오래 절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강남에서 유명 한식집을 운영하는 이하연 대표는 ‘해산물 김치’를 떠올렸다. 그는 “고향인 전북 익산 웅포에는 젓갈 배가 항구에 드나들었다. 어머니는 새우젓, 황석어젓을 활용해 갈치가 들어간 김치를 담갔다”고 회상했다. 갈치의 은빛 나는 부분을 말끔히 제거한 뒤 한입 크기로 쫑쫑 썰어 양념에 버무린 김치 속에 끼워 넣은 뒤 한 달 반 동안 숙성시키면 김치에서 깊은 바다의 맛을 느낄 수 있다는 설명이다. ○ 김장은 가족 간 화합하고 이웃과 정 나누는 축제
세 사람은 우리나라 대표 ‘김치 전도사’답게 사라져가는 김장문화를 누구보다 안타까워했다. 김장은 단지 김치 만드는 일이 아니라 김장철 가족들이 모여 화합하고 제 집에서 담근 김치를 이웃과 나누는 정이 담긴 소중한 문화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김치회사를 운영하고 있지만 김장철인 11월 중순이면 어머니, 올케와 모여 직접 김장을 한다고 했다. 그는 “가족끼리 오랜만에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어머니의 손맛을 잊지 않고 이어받을 수 있어 아무리 바빠도 꼭 모여서 김장을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역시 강연 기회가 생길 때마다 집집마다 최소 다섯 가지의 김치 레시피는 보존해 대대손손 물려줄 것을 권하고 있다. “어릴 때부터 3박 4일 꼬박 김장을 하면 김장 소를 넣는 날 동네 아주머니들이 모여들었다. 막걸리에 보쌈고기를 삶아 나눠 먹는 김장은 일종의 축제였다”고 회상했다.
김장 문화를 잊지 않고 후손들에게 물려주기 위해 경기 부천에 김치체험관까지 세웠다는 김 회장은 “옛날에는 할머니, 엄마 옆에 붙어서 김치 만드는 것을 졸졸 따라다니며 배울 수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문화가 사라져가서 안타깝다”며 “꼭 한 번 김치를 직접 배워 담가 볼 것을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이들이 전하는 맛있는 김치 만들기 비법 교실에 참가하려면 ‘2014 서울김장문화제’ 홈페이지(festival.seoul.go.kr/2014kimchi)에 사전 신청한 뒤 배춧값 및 재료비 2만 원을 입금하면 된다. 문의는 서울시 김장문화제 사무국(02-2133-4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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