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중학교 사회과 교사로 일하고 있다. 폭행, 금품 갈취, 무단결석 등으로 속을 썩이던 제자가 있었다. 그 아이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어머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는 늦게까지 일을 해서 방치된 상태로, 어린아이로서 당연히 받아야 할 충분한 사랑과 보호를 받지 못하며 컸다. 아이의 마음이 얼마나 정처 없었을 것인가.
때로 교육현장은 전쟁터 같을 때가 있다. 이곳도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 크고 작은 갈등과 충돌이 적지 않게 있다.
어느 날 그 아이가 수업시간에 한 교사를 밀치며 욕과 폭언을 한 사건이 일어났다. 선도위원회가 곧 열렸다. 중학교는 의무교육과정이기 때문에 퇴학 처분이 없다. 학교에서 퇴학에 준하는 징계는 강제 전학이다. 나는 담임교사로서 그 아이를 내 손으로 졸업시키고 싶었다. 무엇보다 그 아이는 내 생각에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더라도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학교라는 곳을 영영 떠나버릴 것 같았다.
회의에서 나는 선처를 부탁하며 처벌보다는 치료가 필요한 아이라고 강조하며 담임으로서 앞으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학적은 계속 우리 학교에 두고, 몇 달간 대안학교에 다니며 새로운 교육을 받게 하고 다시 우리 학교에 다니는 방법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선도위원회에서 다행히 내 의견이 받아들여져 강제 전학 처분을 면했다.
이후 무단지각이나 무단결석을 할 때마다 종례 후 학교에 남아 일기를 쓰게 하고, 함께 아이가 좋아하는 떡볶이나 돈가스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대안학교를 다닐 때에도 아이를 보러 찾아가고 대안학교를 빠지면 전화를 걸어 호통을 치기도 했다. 다행히 중학교를 무사히 졸업하고 고교에 진학했다. 그리고 한 통의 편지를 받았다.
그 편지에서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라는 글을 볼 수 있었다. 살면서 이런 칭찬을 받아본 적이 있었던가. 과분한 제자의 칭찬에 기쁘고 행복했다.
전에 고교에 재직할 때는 친구 같은 교사가 좋은 교사라고 생각했다. 중학교에 재직하면서 말썽꾸러기 제자의 편지를 보고 중학생에게는 아버지, 어머니 같은 교사가 좋은 교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선생님은 제게 아버지 같은 분이셨어요”라는 편지의 문장을 읽으며 아이들에게 아버지 같은 교사가 되고 싶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이렇게 때로 선생님도 학생에게 배운다. 그늘진 가정환경, 고통스러운 인간관계, 힘든 경제적 상황에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아이들을 보며 10대만의 힘을 느낀다.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네가 나보다, 어른들보다도 훨씬 힘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며 울컥해지기도 한다. 내가 쓴 시 ‘흑판 7’의 “일진에게 뺨이나 맞고 난 학교에서 있으나마나 해. 죽고 싶지만 엄마 때문에 참고 있어. 아빠가 회사에서 잘렸어. 엄마는 자궁암으로…” 하는 구절은 실제 내 제자의 이야기이다.
교육현장에서 아이들에게 교사가 할 수 있는 한계를 느끼고 괴로워하면서도 눈앞의 아이들을 보며 지치지 않고 힘을 내는 많은 선생님들께 응원을 보내고 싶다. 아이들이 희망이면 선생님들도 희망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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