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대 간호학과, 취업자 78%가 초봉 3000만원, 신설 6년된 간호학과가…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2일 11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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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옥 교수가 4학년 학생들에게 ‘진로지도’ 과목을 진행하고 있다. 진로지도와 인성지도를 겸하는 ‘진로지도’는 신라대에만 있는 독특한 과목이다. 이날 이교수는 “서울 병원에 취업을 목표로 했다면 토익과 봉사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이선옥 교수가 4학년 학생들에게 ‘진로지도’ 과목을 진행하고 있다. 진로지도와 인성지도를 겸하는 ‘진로지도’는 신라대에만 있는 독특한 과목이다. 이날 이교수는 “서울 병원에 취업을 목표로 했다면 토익과 봉사에 신경을 써야한다.”고 조언했다.

간호학과는 인기학과다. 높은 취업률 때문이다. 2014년 대졸자의 평균 취업률은 58.6%에 그친 반면 간호학과의 평균 취업률은 77.1%나 된다(교육부 자료). 웬만한 간호학과의 취업률은 90%를 상회하고 전원이 취업하는 곳도 있다.

간호학과의 취업률이 높은 이유는 국가차원의 사회복지서비스 수요증가에 따른 것이기도 하지만 취업할 병원이 많은 것도 한 이유다. 취업할 수 있는 병원이 많다보니 당연히 다른 직종에 비해 취업이 쉽다. 그래서 일부 간호학과는 차별화를 위해 '취업의 질'을 내세운다. 단순히 취업을 잘한다는 것이 아니라 종합병원이나 대학병원 등 '좋은 병원'에 더 많이 취업한다는 사실을 강조하는 것. 대형 종합병원 등에 취업하는 것이 개인의원 등에 취업하는 것보다는 보수나 근무환경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률이 높다는 간호학과에서는 '취업의 질'을 경쟁하는 시대로 접어들었다.

신라대 간호학과도 '취업의 질'을 강조한다. 이 학과 졸업생들이 취업하는 주요 병원은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동아대병원, 부산백병원, 고신대병원 등 소위 '부산 빅5 종합병원'이다. 졸업을 앞둔 4학년 학생들의 이들 병원 취업률은 10월말 현재 53%다. 서울지역에는 5명이 아산병원, 서울대병원, 삼성병원, 고려대병원 등에 취업했다. 45명의 졸업 예정자 중 82%인 37명이 취업을 확정했고, 그중 78%가 초임연봉이 3000만 원이 넘는 병원에 입사 예정이다. 나머지 학생들도 비슷한 수준의 병원에 취업할 것으로 예상한다. 신설된 지 6년밖에 안 된 신라대 간호학과가 전국 최고수준의 '양질의 취업률'을 달성할 수 있었던 배경은 뭘까.

신라대 간호학과 학과장을 맡고있는 한지영 교수는 “기본기에 충실한 교육을 통해 앞으로 사회복지부분에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에 기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신라대 간호학과 학과장을 맡고있는 한지영 교수는 “기본기에 충실한 교육을 통해 앞으로 사회복지부분에서 간호사의 역할 확대에 기여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겠다.”고 밝혔다.

간호학과 학과장을 맡고 있는 한지영 교수는 그 이유를 첫째 현장 밀착형 교육, 둘째 교수들의 열정, 셋째 졸업생들의 노력이라고 분석한다.

한 교수는 현장밀착형 교육의 예로 핵심기본간호술 20개를 연마하기 위한 '핵심기본간호술 자기주도학습 1.2.3' 과목을 들었다. "3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부터 4학년 1학기 여름방학 때까지 3번에 걸쳐 업그레이드 된 핵심기본간호술을 연마한다. 이것은 우리 학과에만 있는 것으로 기본기를 강조하는 학과의 모토를 반영한 것이다. 최신시설을 갖춘 학과 실습실과 부산지역의 대학병원에서 학생들은 이론과 실습 등을 연마해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졸업한다."
양산부산대 병원에 취업하는 4학년 최수정 씨(23)도 "1, 2학년 때 이론 중심의 수업과 실습실에서 받는 수업에 강점이 있다. 기초 전공과정에서 기본기를 충실히 배운다. 덕분에 3학년 때 나가는 병원실습에 어려움이 없었다. 3학년 방학 때부터 교육받은 핵심기본간호술도 교수님들이 직접 하나하나 가르치는데, 실제 간호현장에서 적절한 대처를 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2013년 신라대 간호학과 수시면접 기간 때 간호학과를 지원한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분만실습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실습 체험을 하고 있다. 간호학과에 입학한 상당수 학생들은 실습 체험을 한 후 학과선택을 주저없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3년 신라대 간호학과 수시면접 기간 때 간호학과를 지원한 학생들이 실습실에서 ‘분만실습시뮬레이터’를 이용한 실습 체험을 하고 있다. 간호학과에 입학한 상당수 학생들은 실습 체험을 한 후 학과선택을 주저없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열정도 간호학과를 단기간 내에 급성장시킨 비결이다. 기자가 간호학과를 방문했을 때 이선옥 교수가 세미나실에서 4학년 학생 8명에게 2학점짜리 '진로지도' 수업을 하고 있었다. '진로지도'란 개별상담과 단체상담을 통해 진로지도와 인성지도를 겸하는 것으로 신라대에만 있는 독특한 과목이다. '진로지도'의 운영은 교수들 재량에 맡겨져 있다. 간호학과에서는 7명의 교수가 1학기 때는 1, 4학년에게, 2학기 때는 2, 3학년에게 취업이나 인성지도와 관련한 강의를 한다. 이 교수는 서울 아산병원과 삼성병원을 목표로 둔 학생들에게는 토익점수와 봉사활동을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에게 올인하는 이 학과 교수들의 평균 연령은 40대 중반. 이들의 열정은 논문 발표수와 실습교육 전담비율로도 확인된다. 간호학과 교수진이 2013년 기준 등재지에 게재한 평균 논문 수는 1.25편으로 많은 대학들이 기준으로 삼고 있는 1편을 넘어섰다. 전임교원의 실습부문 강의 비율도 2014년 1학기 기준 81%로 30%만 충족시키면 되는 의무비율을 크게 상회한다. 교수들이 대부분의 실습교육을 직접 맡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준 높은 교육을 받을 수 있다.

재학생이 아니고 졸업생들의 노력으로 학과가 좋아지는 것은 독특한 예다. 간호학과 첫 입학생으로 2010년 양산부산대 병원에 들어가 현재 소아중환자실에서 근무 중인 김혜경 간호사(27)의 말이다. "10명이 양산부산대병원에 입사했다. 신입 간호사들 대부분은 힘든 업무 탓에 1년을 넘기지 못하고 그만둔다. 하지만 우리들이 퇴사하면 후배들의 입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것 같아서 버텼다. 전부 3년을 넘겼고 지금도 7명이 근무하고 있다." 김 씨는 교수들의 지속적인 관심이 버팀목이 됐다고 말한다. "간호사 경험을 가진 교수님들이 직장 선배 역할을 해줬다. 한지영 교수님은 울면서 전화한 나를 다독여주기도 했다."

간호학과 교수들은 자발적으로 졸업생들까지 사후 관리한다. 모든 교수들이 각각 30여 명의 졸업생들과 정기적으로 연락을 주고받으며 직장 생활에 대한 조언자와 인생의 멘토 역할을 하고 있다. 이것이 이직을 막으면서 졸업생들의 뛰어난 업무 수행력과 시너지를 발휘해 신라대 간호학과 졸업생들의 평판을 높이고 있다. 한 교수는 "신라대 간호학과는 학생 관리를 잘한다는 소문이 퍼졌다. 빅5 병원을 비롯한 여러 병원에서 간호사 추천 의뢰가 온다"고 귀띔한다. 졸업생 선배들도 후배들에게 입사에 필요한 도움을 주는 등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양산부산대병원에 취업이 확정된 4학년 송보금 씨(23)의 말. "부산시내 대형 종합병원에 근무 중인 선배들에게 취업 정보를 많이 받았다. 선배들은 면접 요령, 자기소개서 작성법은 물론이고 병원의 근무환경, 입사 때 필요한 마음 자세 등까지도 얘기를 해준다."

4학년 송보금 학생이 흡인모형을 이용해 기도 흡인과, 기관 흡인 실습을 하고 있다. 이 실습을 통해 학생들은 기관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튜브를 얼만큼 삽입하는지를 판단 할 수 있다.
4학년 송보금 학생이 흡인모형을 이용해 기도 흡인과, 기관 흡인 실습을 하고 있다. 이 실습을 통해 학생들은 기관지를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서 튜브를 얼만큼 삽입하는지를 판단 할 수 있다.

간호학의 미래를 묻는 질문에 한 교수는 "간호학의 전망은 밝다. 왜냐하면 국가정책이 건강을 증진시키는데 주력하고 있고 사회복지에 전문적인 의료지식이 더해지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는데 이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간호학을 전공한 사람들이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간호학과는 신라대를 대표하는 학과 중 하나다. 입시 성적도 학교 내 최상위권이다. 2014년 간호학과 가군 정시 합격자 평균 성적(국영수탐 4과목)은 3.3등급이었다. 학교는 '간호학과의 자신감'을 반영해 2015학년도 수시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국영수탐 2개 과목 합계 4등급 이내로 제시했다.

신라대의 전체 위상을 고려하면 간호학과의 부상은 이례적이다. 더욱이 신라대는 의대가 없기 때문에 자대 실습병원이 없는 약점을 안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의 평가'는 긍정적이다. 2014학년도 가군 정시 경쟁률은 8.71 대 1, 편입 경쟁률도 14 대 1로 상향 추세다. 2010년 첫 졸업생을 배출한지 불과 3, 4년 만에 부산권내 간호학과의 다크호스로 부상한 것이다.

그 이유를 찾기란 쉽지 않다. 대답이 밋밋하기 때문이다. 한지영 교수는 "신라대 간호학과 커리큘럼을 다른 대학과 비교했을 때 '눈에 띄는' 특별함은 없다. 대신 운영의 묘가 있을 뿐"이라고 말한다. 간호학과는 상대적으로 적은 학년당 50명의 학생들을 최신식 시설과 교수들의 네트워크를 총동원한 대학병원 실습을 통해 단련시킴으로써 자대 실습병원이 없는 한계를 극복했다. 물론 학교의 전폭적인 지원도 '운용의 묘' 중 하나였다.

옥에 티는 장학금. 영어 성적 우수자들이 많은 간호학과 학생들이 다른 학과에 비해 상대적으로 장학금 수혜율이 높다고는 하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간호학과만을 위한 동문 장학금등이 조성된다면 더 우수한 학생들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자는 어느 대학을 막론하고 '잘되는 학과'의 공통점은 교수들의 열정임을 확인하곤 한다. 여기에 더해 신라대 간호학과는 학생들의 열정까지 있었다. 송보금 씨는 "학생과 교수들이 같은 배를 탄 심정으로 좋은 학과를 만들기 위해 함께 노력한다"고 말한다. '운용의 묘'는 학생과 교수들의 일심동체에서 나온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산=이종승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 (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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