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를 겪은 경기 안산시 단원고등학교는 13일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맞아 차분한 분위기였다. 3학년 재학생 505명 가운데 전문대 합격자와 미응시자 등을 제외하고 수능에 응시한 인원은 총 474명이며, 단원고 출신 재수생 47명도 수능을 치렀다. 학생들은 안산지역 13개 고사장에 분산돼 시험을 봤다. 단원고는 2학년 교실에 아직 국화, 편지 등 희생자를 추모하는 물품이 남아 있어 시험장에서 제외됐다.
단원고 측은 그동안 교사 1명에 3학년 학생 5명을 묶어 학습과 상담을 밀착 관리했고, 대학생 자원봉사자를 활용해 부족한 학습을 보충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13개 고사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던 추교영 단원고 교장은 “어제(12일) 1학년 학생들과 교사, 학부모들이 운동장에서 종이비행기를 날려주는 등 출정식을 해줬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함께 어려운 시간을 버텨준 부모와 선생님께도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3학년 부장 김학미 교사도 “의연하고 어른스러운 태도를 보여준 제자들이 자랑스럽다. 자기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응원했다. 교사들은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제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각 고사장으로 흩어졌다.
인근 주민들과 단원고 학부모들도 응원 메시지를 보냈다. 단원고 정문 근처 분식집 ‘놀러와 분식’ 주인은 “힘들어 하던 학생들이 최근 2, 3개월에야 집중해서 공부했다고 하더라”며 “성적도 중요하지만 어려움을 이겨낸 용기를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3학년 학생들이 세월호 사고의 간접 피해자인데도 배려를 못 받았다며 미안해하던 2학년 생존학생 학부모 A 씨는 “다들 시험을 잘 봐서 단원고 학생 학부모 모든 가족들에게 힘이 되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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