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통상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는 변별력을 확보하기 위해 수학, 영어가 어렵게 나왔지만 올해는 두 과목 모두 쉽게 출제됐다. 특히 자연계
수험생이 치는 수학 B형까지 쉽게 나온 건 이례적이다. 사회·과학탐구는 지난해 수능에 이어 선택과목마다 난이도 격차가 여전했다.
과목 난이도에 따른 입시 유불리를 방지하기 위해 교육부와 평가원은 선택과목 난이도 격차를 줄이겠다고 했지만 입시전문가들은
“과목별 1등급 구분점수 차이가 커 수학 변별력이 떨어지는 자연계열의 경우 과학탐구 선택과목이 입시 결과를 결정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
■ 국어, EBS교재 내용 응용 많아… 칸트 철학 지문에 곤혹
주로 문과생이 보는 B형은 지난해 수능보다 어렵게 출제됐다. 주로 이과생이 보는 A형도 지난해 난이도와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웠다. 9월 모의평가보다는 상당히 어렵게 출제됐다. 9월 모의평가 국어의 만점자 비율은 A형이 4.19%, B형이 5.34%로 매우 쉬웠다. 김희동 진학사 입시전략연구소장은 “9월 모의평가의 영향으로 수험생들의 체감 난도는 더욱 어렵게 느껴졌을 것”이라며 “1등급 컷은 9월 모의평가에 비해 A형은 2∼3점, B형은 5∼6점 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현진건의 소설 ‘무영탑’은 시험지 한 면을 다 차지할 정도로 긴 지문이 제시되는 등 문학 지문들의 길이가 다소 길어 독해하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렸다는 점도 전반적인 난도를 높였다. 조영혜 서울과학고 교사는 “국어 B형의 EBS 연계율 70%는 맞지만 EBS 지문에 나온 개념과 논지를 확장한 내용이라 정작 수험생들은 연계성을 많이 느끼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험생이 특히 어려움을 느낀 문항은 A, B형 공통으로 출제된 ‘칸트의 취미 판단 이론’을 소재로 한 예술 지문, A형의 현대시(정지용의 조찬)와 현대수필(이태준의 파초)을 복합한 문항, B형의 고전시가(정철의 관동별곡)와 현대수필(최익현의 유한라산기)을 복합한 문항들이다.
임성호 하늘교육 대표이사는 “EBS 지문이 심하게 변형돼 특히 국어 B형은 만점자가 0.1%로 추정된다”며 “2012학년도 수능 이후 가장 어렵게 출제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수학, 고난도 문제 줄어… 한 문제만 틀려도 2등급 될듯
A, B형 모두 지난해 수능에 비해 쉽게 출제됐다.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A형은 쉽게 출제됐고 B형도 비슷하거나 쉽게 출제됐다. 전반적으로 6월 모의평가 난이도와 비슷해 한두 문제만 틀리면 2등급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A형은 거의 해마다 출제됐던 빈칸 채우기, 도형의 등비수열 합의 활용 문제가 출제되지 않았다. B형은 기존 기출문제와 비슷한 문제가 많이 보여 수험생들이 평이하게 느꼈을 것으로 입시전문가들은 분석했다. 조만기 경기 양평고 교사는 “최상위권 변별 문제가 A형은 3개, B형은 4개 정도 나와야 하지만 올해 수능은 어려운 문제 개수가 각각 2, 3개로 줄었다”며 “난도가 높은 4점짜리 문제도 EBS 연계 문제가 많아 수험생에게 익숙했다”고 말했다.
전반적으로 쉬운 수능 기조를 따랐으나 상위권 변별을 위한 고난도 문항의 난도는 여전히 높았다. B형의 경우 지수함수에서 미분 가능한 함수를 구하는 30번 문항이 어렵게 출제돼 만점 여부를 가릴 것으로 전망된다. 남윤곤 메가스터디 입시전략연구소장은 “B형은 30번 문항 때문에 만점자 비율이 지난해 수능(936명·0.58%)과 9월 모의평가(781명·0.52%)보다 다소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 영어, 빈칸 추론 감소… 만점자비율 4% 역대 최고 전망
영어는 교육부 예고대로 6, 9월 모의평가에 이어 수능에서도 쉬웠다. 만점자 비율도 4% 전후로 역대 수능 중 최고 수준으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영어 난도가 유난히 낮아진 배경에는 수험생들이 가장 까다롭게 여기는 빈칸 추론 문제가 지난해 7문항에서 4문항으로 줄어든 데다, 모두 EBS와 연계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혜남 서울 문일고 교사는 “지난해 영어 B형이 어려웠던 이유가 빈칸 추론 문제 7개 중 3개가 EBS 비연계였기 때문”이라며 “빈칸 추론 문제가 변별력을 가리는 척도인데 이번 통합형 영어는 상위권을 변별하는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6, 9월 모의평가에서 영어 1등급을 받은 재수생 정태서 씨(19)는 “6월 모의평가보다는 어렵고 9월 모의평가보다는 쉬워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아야 1등급이 나올 것 같다”며 “모든 수험생이 예상했던 대로 상위권에서 다투려면 영어 1등급은 기본이어야 될 것”이라고 말했다.
■ 과탐, 자연계 선택과목따라 1등급 최대 7점 차이
탐구영역의 선택과목별 1등급 구분점수는 과학탐구의 경우 최대 7점, 사회탐구는 최대 6점이 차이 날 것이라고 입시전문가들은 예상한다. 문제가 쉬우면 1등급 구분점수가 높고 표준점수는 낮아진다. 반대로 문제가 어려우면 1등급 구분점수는 내려가고 표준점수는 높아져 표준점수를 반영하는 대학에 지원할 때 유불리가 갈린다.
과학탐구의 경우 올해 자연계열 입시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면서 선택과목 간 표준점수 격차가 가장 민감한 사안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생명과학Ⅱ는 지난해보다 매우 어려워 1등급 구분점수가 40점으로 추정되는 반면 물리Ⅰ,Ⅱ는 지난해 난이도와 비슷해 47점으로 추정돼 격차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탐구는 전반적으로 지난해 수능과 비슷하거나 어려웠다. 지난해 쉽게 출제된 생활과 윤리, 한국사는 약간 어렵게 출제됐다. 오종운 이투스청솔 평가이사는 “어렵게 나온 윤리와 사상은 1등급 구분점수가 44점으로 추정되는 반면에 세계사는 지난해에 이어 쉽게 출제돼 50점 만점을 받아야 1등급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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