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日서 온 황새 ‘봉순이’ 남해안 눌러앉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03시 00분


3월 김해로 온 후 8개월째 머물러… 먹이 풍부해 동료 3, 4마리와 서식… 1994년 ‘텃새황새’ 멸종 후 기대 고조
경남도, 황새보전사업 참여 나서

‘일본에서 태어난 황새가 한국 땅에 정착할 수 있을까.’

올해 3월 18일 경남 김해시 화포천 생태공원에서 처음 관찰된 일본 황새(사진)가 여전히 남해안 일대에 머물면서 이 같은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다리에 고유번호 ‘J0051’이라는 유색 가락지(컬러 링)를 부착하고 있는 이 암컷 황새의 고향은 일본 효고(兵庫) 현 도요오카(豊岡) 시. 도요오카 시는 오래전부터 황새 복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황새는 김해 화포천과 봉하마을 앞 논 등지에서 먹이 활동을 하는 장면이 자주 목격됐다. 봉하 들에는 고 노무현 대통령이 귀향 후 시작했던 생태살리기와 친환경농업의 영향으로 황새 먹이인 드렁허리 풍년새우 미꾸라지 등이 풍부하다. 김해화포천습지센터와 황새네트워크 등은 이 황새를 면밀하게 관찰하면서 집도 지어줬다. 또 ‘봉순이’라는 이름도 붙였다. 김해뿐 아니라 하동군 평사리, 사천 광포만, 고성 마동호 등지에서도 관찰됐다. 대부분 주변 환경이 좋고 먹이 생물이 많은 곳이다.

2008 람사르창원총회의 후속 사업을 주도하는 재단인 경남도람사르환경재단(이사장 홍준표 도지사)은 봉순이를 추적하면서 황새와 관련한 여러 가지 사업을 구상 중이다. 이 재단의 사업지원팀장인 이찬우 박사는 “J0051이 지난해 12월 4일 일본 도요오카에서 사라지고 3월 화포천에서 정식으로 관찰됐지만 그 이전에도 남해안에서 황새를 목격한 사람이 더러 있다”며 “장기간 남해안을 떠나지 않는 점에 비춰 우리나라에 눌러앉을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봉순이는 최근 암수가 확인되지 않은 황새 3, 4마리와 함께 머무는 모습도 보였다. 봉순이 외에는 컬러 링이 없어 중국이나 시베리아에서 월동하기 위해 온 철새로 추정된다.

람사르환경재단은 봉순이의 체류를 계기로 ‘국제적 멸종위기종 황새 보호를 위한 한일 네트워크 포럼’을 연다. 한국, 일본, 러시아에서 복원 사업이 추진되는 황새의 보전에 경남도가 적극 참여하기 위한 첫 행사다. 19일부터 22일까지 열리는 포럼에는 전문가, 유관기관 관계자, 민간단체, 지역주민 등이 참가한다. 황새 서식지역 현장 모니터링에 대한 보고에 이어 황새 보전을 위한 전략회의와 보전방안 작성, 황새 보전을 위한 한일 전문가 워크숍 순으로 진행된다.

3일차 전략회의 및 워크숍에서는 미야가키 히토시(宮垣均) 도요오카시청 담당자가 ‘일본의 황새복원 현황과 미래비전’,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 윤종민 박사가 ‘우리나라 황새복원 추진 현황’, 김해화포천습지센터 곽승국 소장이 ‘J0051의 서식처 이용 현황’을 발표한다. 김해 화포천 습지와 봉하마을 농경지를 비롯해 봉순이가 목격된 지역들도 찾는다.

황새는 과거 우리나라에서 흔하게 번식하는 텃새였지만 환경오염과 개발 여파로 마지막 한 쌍이 충북 음성의 한 농가 앞 아까시나무에서 둥지를 틀고 번식했지만 1971년 밀렵꾼 손에 수컷이 희생되면서 ‘홀몸 암컷’은 10년 동안 무정란만 낳다 서울대공원으로 옮겨져 1994년 9월 생을 마감했다. 이후 우리나라 천수만과 창원주남저수지 등에 7∼10마리의 황새가 날아와 겨울을 나는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천연기념물 199호이며 멸종위기 야생동물 1급이다. 세계적으로 2500∼3000여 마리가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황새복원사업을 추진 중인 한국교원대와 충남 예산군은 내년에 자연방사를 계획 중이다. 람사르재단 055-212-1075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텃새황새#황새#봉순이#남해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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