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드림타워 고도 낮춰 사업 추진 돌파구 마련
218m→168m로 낮춰 道에 변경안 제출… 17개 제주시민단체 “카지노 반대”
“공사를 눈앞에 두고 ‘문제가 있으니 재검토하자’고 하면서 원점으로 돌아가는 듯했습니다. 결국 사업주가 제주도의 요청을 받아들이면서 해결의 물꼬를 터서 다행입니다. 관광객이 들어와야 지역 상권이 살아나니까요.”
제주시 노형동에서 일식집을 운영하는 김모 씨(49)는 인근에 들어서는 초고층 건물인 ‘드림타워’ 사업이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한 데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드림타워 사업을 추진하는 동화투자개발㈜이 “고도를 낮춰야 한다”는 원희룡 제주도지사의 요청을 11일 전격 수용했다. 노형동 노인회 관계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드림타워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졌다. 사업 자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새로운 관광명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 초고층 건물사업 해결?
13일 둘러본 노형동 2만3301m²의 드림타워 건설 예정 현장은 터파기를 한 뒤 1층 바닥에 콘크리트를 깔아 놓은 채 커다란 크레인만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동화투자개발이 1993년 관광호텔을 짓기 위해 기초공사를 시작하다 자금 조달이 여의치 않아 그대로 멈춘 것이다. 사업 재개를 모색하던 동화투자개발 측은 2009년 건물 높이 218m인 쌍둥이 형태의 아파트와 레지던스호텔 건립 사업을 계획하고 허가를 받았지만 외자유치 성과가 없어 착공을 3차례나 연기했다. 사업 자체가 무산될 위기에 처했을 때 중국 상하이(上海)에 본사를 둔 뤼디(綠地)그룹이 투자를 결정했다. 지난해 11월 동화투자개발은 사업권과 용지를 뤼디그룹에 매각한 뒤 호텔을 되사는 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은 빠르게 진척돼 건축허가 등 행정절차를 모두 마쳤다. 하지만 원 지사는 취임 직후인 7월 말 “드림타워는 제주의 경관 교통 도시기능 등 제주의 미래가치에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크다. 사업자는 고도 문제를 해소할 대안을 제시하라”며 제동을 걸었다.
동화투자개발은 고심 끝에 사업을 대폭 수정했다. 56층이던 드림타워를 38층으로 낮추기로 결정하고 이달 말 건축허가 변경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218m이던 건물 높이는 168m로 낮아진다. 제주도는 건축교통통합심의, 관광숙박업 사업계획변경심의 등의 절차를 거쳐 사업 승인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정상적으로 행정절차가 이뤄진다면 내년 초 착공이 가능하다.
○ 아직 논란의 불씨는 남아
건물 규모를 축소했지만 문제는 남았다. 제주지역 17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제주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시행사가 밝힌 사업 변경안은 카지노가 핵심이다. 이 일대는 초대형 건물은 물론이고 대규모 카지노가 들어서지 말아야 할 지역이다. 드림타워 반경 1km 안에 12개 교육시설에 1만3000여 명의 학생이 있다. 카지노가 지역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반대 의사를 굽히지 않고 있다.
동화투자개발 측은 이번에 층수를 수정하면서 카지노 계획 면적을 9100m²에서 8900m²로 줄였다. 박시환 대표는 “제주도가 카지노 규정을 정비하고 있다. 신규가 가능하면 하고, 아니면 기존 면허를 확보하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허가가 먼저다. 카지노는 한참 후의 일이다. 필요 인력 가운데 80%를 제주도민으로 우선 채용하고 연간 1300t의 농축수산물을 제주지역에서 우선 구매하겠다. 교통 혼잡 문제도 해소하겠다. 지역과 상생하는 사업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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