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표 바꿔주세요” 택시기사 상대, 300여만원 상습사기 50대男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4일 14시 16분


"김포공항에 갔다가 다시 종로로 돌아와서 세무서에 들러주세요."

지난달 23일 오후 2시 반경 서울 종로구의 한 도로. 남모 씨(57)가 은행 서류봉투를 지닌 채 택시를 잡아타며 말했다. 2시간 후 종로로 돌아오자 그는 택시기사에게 말했다.

"세금을 내야 하는데 수표밖에 없으니 현금으로 바꿔주세요. 금방 다녀올게요."

남 씨는 서류봉투에서 10만 원 권 수표 2장을 꺼내 보여줬다. 하지만 택시기사가 현금을 꺼내 세는 사이 봉투에서 슬쩍 수표를 뺐다. 현금을 받자마자 빈 봉투를 택시에 놔두고 줄행랑을 쳤다. 남 씨는 절도 등 전과 7범으로, 이전에도 비슷한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세 번 입건됐다. 하지만 피해 금액이 적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받는데 그쳤다. 남 씨는 택시기사들에게 "세무서 일을 보는 동안 기다려주면 1, 2만 원을 더 주겠다"며 계속 사기를 쳤다.

경찰은 같은 장소에서 비슷한 피해신고가 연이어 접수되자 잠복수사에 나섰다. 그러던 어느 날 남 씨가 또 나타났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경찰은 같은 방법으로 사기를 친 뒤 도망가던 남 씨를 현행범으로 검거했다. 경찰이 서울시내 전역으로 수사를 확대해 유사한 피해사례를 조사한 결과 강남, 송파, 마포, 광진 등에서도 범행을 저지른 게 드러났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남 씨를 상습사기 혐의로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조사결과 남 씨는 올해 1월부터 이달 5일까지 24회에 걸쳐 택시기사들로부터 319만 원을 챙겼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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