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사업중복… 예산부족… 의료섬유 개발 제자리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18일 03시 00분


대구지역 4개 섬유기관 성과 미흡
기반 좋지만 사업진행 속도는 느려 기관대표 교체후 추진력 약화탓도
“전자 등 융합기술확보 힘 쏟아야”

2012년 동산의료원에서 우정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 차순도 동산의료원장, 전성기 다이텍연구원장(왼쪽부터)이 제품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2012년 동산의료원에서 우정구 한국패션산업연구원장, 이춘식 한국섬유개발연구원장, 차순도 동산의료원장, 전성기 다이텍연구원장(왼쪽부터)이 제품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계명대 동산의료원 제공
대구 메디컬(의료)섬유 개발 사업이 제자리걸음이다. 참여 기관마다 헬스케어(건강관리) 섬유 개발 등 비슷한 성격의 사업이 있는 데다 예산이 부족해 결과물이 나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대구 지역 섬유 기관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과 다이텍연구원, 한국패션산업연구원, 종합병원인 계명대 동산의료원은 2012년 메디컬 섬유 소재 및 제품 개발을 위한 협약을 맺었다.

대구는 첨단 섬유 개발의 필수조건인 제작 기술력을 갖춘 데다 대학병원 등 의료 기반이 좋아 메디컬 섬유 개발에 따른 임상시험과 수요가 긍정적으로 분석됐다. 새로운 섬유 영역을 개척해 수입 대체 효과를 거두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하지만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시제품 제작에 따른 임상시험을 수행할 계획이었지만 현재 요청을 받은 적이 없어 아쉽다”고 말했다. 디자인과 제품 기능 연구를 담당한 한국패션산업연구원도 별다른 사업을 추진하지 않고 있다. 연구원 관계자는 “2012년 4차례 포럼을 열고 섬유로 대체 가능한 의료기기와 치료 제품, 개발 방향 등을 논의했다. 이후 구체적 사업 진행은 주관기관인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이 맡아서 했다”고 말했다.

한국섬유개발연구원은 지역 섬유 기업 2곳과 환자 치료용 및 수술용 필터 개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생명공학기술(BT)과 나노기술(NT)을 융합한 제품 개발은 착수도 어려운 상황이다. 연구원 관계자는 “연구기관들이 슈퍼섬유 및 산업용 섬유 개발에 나서고 있어 메디컬 분야에만 집중할 수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메디컬 섬유 개발은 각 기관의 특성을 살리고 협업하는 사업이라 주목을 받았다. 섬유 업계 안팎에 섬유 기관의 사업 중복에 따른 효율성 저하를 걱정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어 이 사업의 성공 여부에 관심이 컸다.

신기술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기 힘든 사정이 있지만 사업이 어려움을 겪는 이유는 원장 교체에 따른 사업 추진력 약화 때문이라는 이야기가 적지 않다.

동산의료원 관계자는 “주관기관인 섬유개발연구원 원장이 최근 교체된 이후 회의가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협약을 맺은 4개 기관 대표 가운데 다이텍연구원을 제외한 나머지 기관의 대표가 모두 교체됐다. 섬유개발연구원은 개발 본부장을 맡았던 간부가 최근 수석연구원으로 물러났다.

개발 속도를 높이려면 연구 역량을 넓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섬유 기업 대표는 “섬유 기관들이 그동안 정부 지원을 받아 연구 기반을 늘리는 데 투자했다면 지금부터 섬유 외에 전자 기계 화공 고분자 등 영역을 확대해 융합 기술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실제 다이텍연구원의 경우 전체 직원 120여 명 가운데 석박사급은 60여 명(50%)이며 전공 분야는 대부분이 섬유(80%)다.

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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