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탈출한 황새 찾아 복원사업 다시 활기

  • 동아일보
  • 입력 2014년 11월 25일 03시 00분


교원대서 빠져나간지 7개월 만에 김해 화포천서 건강한 상태로 발견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황새 ‘미호’. 다리 부분에 달린 인식표가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황새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도연 스님 제공
경남 하동에서 발견된 황새 ‘미호’. 다리 부분에 달린 인식표가 한국교원대 청람황새공원을 탈출한 황새임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도연 스님 제공
“흰색 고리를 달고 있는 황새(천연기념물 제199호)가 교원대에서 증식 복원한 황새 아닙니까?”

6일 오전 한국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원장 박시룡 교수)에 조류연구가인 도연 스님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도연 스님은 경남 김해 화포천에 나타난 (일본에서 날아온 황새) ‘봉순이’를 관찰하던 중 이 황새를 발견해 연락을 한 거였다.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곧바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다. 4월 28일 연구원 내 청람황새생태공원에서 생후 1년 된 황새 한 마리의 다리 인식표를 교체하던 중 잠시 열린 문을 통해 이 황새가 탈출했다. 황새는 잠시 상공을 날다 사라진 뒤 그 이후 나타나지 않았다.

○ 탈출한 황새, 건강한 모습으로 확인

황새연구원 측은 대학 인근 강내면 이장들에게 황새를 보면 제보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연락이 없었다. 이후에도 한 달 넘게 연구원들이 황새공원과 가까운 미호천 주변을 중심으로 탐색을 했지만 찾는 데 실패했다. 황새연구원은 이 황새가 자연 적응 훈련을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데다 탈출 당시 다리에 상처를 입고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야생에 적응하지 못하고 죽었을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나 7개월 후 도연 스님으로부터 제보를 받고 연구원 측이 현지 조사를 벌인 결과 이 황새의 다리에는 연구원에서 부착한 인식표(B49)가 그대로 달려 있었다. 탈출 당시의 상처도 깨끗이 아문 상태였다. 황새가 나타난 곳은 경남 하동군의 한 농경지였다. 이 농경지와 7km가량 떨어진 강 하구를 오가며 먹이 사냥을 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황새연구원은 이 황새의 이름을 ‘미호’라고 지었다. 내년 봄에 고향인 미호천으로 다시 날아오길 바라는 마음을 담았다. 미호는 러시아에서 겨울 철새로 온 수컷 황새 2마리, 봉순이 등과 어울리며 지내고 있다. 박시룡 원장은 “과거 한반도에 텃새로 살았던 황새들은 겨울철 러시아에서 온 개체와 짝이 돼 한반도 황새 개체군의 유전적 다양성을 높여줬다. 미호가 짝 러시아 황새와 짝을 이뤄 고향인 미호천 습지로 날아와 보금자리를 마련할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 미호천 등 한반도 11곳을 황새 보금자리로

교원대 황새생태연구원은 내년 6월 18일 충남 예산에 10∼12마리를 야생 방사하는 것을 시작으로 2019년까지 모두 60마리를 자연에 날려 보낼 계획이다. 연구원 측은 이 중 최소 3쌍이 청주권역인 미호천 주변 27.7km의 농경지로 날아와 번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호천을 포함한 한반도 11곳을 황새 서식 적합지로 판단하고, 이곳을 황새 보금자리로 만드는 ‘한반도 황새 복원 프로젝트’를 가동할 계획이다.

황새생태연구원은 특히 미호천 지역에 관심을 갖고 있다. 연구원과 가까운 데다 미호천과 주변 농경지는 황새를 위한 습지 복원의 최적지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연구원은 미호천 수변 지역에 서식지 적합성 평가를 한 뒤 황새 3쌍을 위한 단계적 방사장과 인공 둥지탑을 설치할 예정이다. 문제는 습지가 필요하다는 것. 박 원장은 “미호천 주변이 정비가 되면서 황새들의 먹이가 거의 사라져 버렸다. 황새 서식을 위해서는 습지 조성이 우선돼야 한다”며 “미호천이 국가하천인 만큼 충북도와 청주시가 나서서 관련 예산을 확보해 황새습지공원 조성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황새는 국제적 보호조류로 멸종위기 1급 동물. 습지 먹이사슬의 최강자이면서 행복과 고귀, 장수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새로 알려져 있다. 19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국내 농촌 어디서나 번식하던 텃새였지만 농촌 생태계 훼손으로 지금은 거의 찾아볼 수 없다. 동아일보 특종(1971년 4월 1일자 1면)으로 충북 음성에서 마지막으로 한 쌍이 발견됐지만 이 중 수컷이 밀렵꾼의 총에 맞아 죽고 ‘과부 황새’마저 1994년 9월 서울대공원에서 죽으면서 국내에서 완전히 멸종됐다. 교원대는 박 원장의 주도로 1996년부터 캠퍼스 내 야산과 논에 황새인공증식 시설을 건립하고 황새복원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157마리의 황새를 사육 중이다. 문화재청이 2009년 ‘황새생태마을’ 조성지로 선정한 충남 예산군 광시면에 야생 복귀를 준비 중이다.

장기우 기자 straw82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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